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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은퇴자들이 만든 '고용대박' 2년도 안돼 '인생 쪽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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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은퇴자들이 만든 '고용대박' 2년도 안돼 '인생 쪽박'으로

입력
2013.03.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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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자영업 구조조정 진행 중

박모(50)씨가 회사를 관둔 건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젊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명예퇴직자’가 되어 떠밀린 것은 아니었지만,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회사는 자발적 퇴직을 권장하는 흉흉한 분위기였다.

당시 수많은 퇴직자들이 생전 처음 해 보는 자영업에 뛰어들었던 시절이었다. 박씨는 1년 동안의 준비 후 지인과 동업으로 닭갈비 집을 차렸다. 장사는 잘 됐지만 체력적으로 버티지 못해 2000년 동업을 접은 박씨는 곧바로 고깃집을 차렸다. 하지만 재료 수급과 직원 관리 문제 등을 겪다가 1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몇 년 만에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그는 조리가 쉽다는 감자탕 집에 도전했지만 또다시 4,000만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문을 닫았다. 세 번의 실패 와중에 빚은 늘었고 이혼의 아픔까지 겪은 박씨는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 낫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자영업을 하는 건 독배를 마시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자영업자 비율이 2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우리나라보다 자영업 비율이 높은 나라는 터키 그리스 멕시코 등.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한결같이 자영업 비율이 낮고 임금근로자 비중이 높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비교적 실업률이 낮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건 좋은 일자리가 많아서가 아니라, 대부분 자영업이 메워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1년 10월 취업자수가 50만명이나 늘어나자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대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은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고 심지어 취업에 실패한 20~30대마저 자영업에 합류하면서 통계상 취업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급증한 자영업자는 2년도 안 돼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작년 7월 19만6,000명이나 증가했던 자영업자 수는 8월부터 둔화되기 시작, 10월엔 4만8,000명, 12월 1만2,000명으로 급감하더니 결국 올 1월에는 2만1,000명 감소로 전환됐다. 경기침체는 지속되는데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니까 폐업이 속출하고 다시 실업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지난해까지 자영업자 수가 늘었던 건 주로 도소매, 음식·숙박업종 창업이 늘었기 때문인데 워낙 경쟁이 치열해 최근엔 폐업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젠 고용대박이 아니라 고용저주가 된 상황이다.

자영업의 실패는 창업자 본인들의 경영실패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직장 명퇴 후 편의점을 연 한 점주는 “다들 말렸지만 기술도 없는 내가 적은 퇴직금과 저축으로 할 수 있는 것 이것 밖에 없었다”면서 “힘든 길인 줄 알지만 대안이 없는 게 대부분 명퇴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창업은 쉽지만, 폐업은 더 쉬운 게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이다. 비싼 인테리어비와 가맹비로 이들을 겨냥해 본사의 이익을 올리려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성업하고, 좋은 상권은 2년마다 임대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라 있다. 시장자체가 포화인데, 영업환경마저 나쁘다 보니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현실이다.

본격화된 자영업 구조조정은 우리나라 고용에 심각한 파장을 미친다.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으면 함께 일하던 가족과 아르바이트생 등 여러 명의 일자리가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봉급생활자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를 지고 있어, 자영업 구조조정은 개인파산은 물론 금융부실까지 경제의 심각한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구조조정기가 시작된 만큼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금융연구원 임 진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 퇴직 근로자의 재고용,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을 통해 신규 자영업자 유입을 억제하는 한편 자영업자들의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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