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보르네오섬 사바주 라하드 다투 지역을 점거농성중인 필리핀 이슬람 부족 술루족을 축출하기 위해 5일 전투기와 지상군 등을 동원한 총공격을 개시했다. 술루족은 “최후의 1인까지 싸우겠다”며 결사 항쟁 의지를 천명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라하드 다투 지역을 점거 중인 슬루족 200여명을 상대로 한 공격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라작 총리는 성명에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국민이 요구하는 국가의 존엄성과 자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양측의 충돌로 술루족 19명과 말레이시아 경찰 8명 등 최소 27명이 숨지자 강경 진압에 나섰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진압 작전에는 말레이시아 지상군과 경찰의 주도로 F-18 등 전투기와 헬리콥터, 대포 등의 무력이 총동원됐다. 최소 2대의 F-18 전투기가 한 시간여 동안 폭격을 퍼부었으며 이후 수십명의 지상군 병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스마일 오마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공격은 성공적이었으며 우리 측의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라하드 다투 지역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술루족 200여명이 사바 지역 소유권을 주장하며 무장 점거 농성을 해왔다. 보르네오섬 동부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와 필리핀 남부를 통치했던 술루 이슬람 왕국의 후손을 자처하는 이들은 1870년대 선조가 맺은 토지임대계약을 들며 사바주 소유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거절한 뒤 퇴거 명령을 내려 불응한 술루족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을 빚었다.
한편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 유혈 사태와 관련해 전임 정부 인사들의 방조설을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리핀 일간 마닐라스탠더드투데이에 따르면 아키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인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을 겨냥해 “과거 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이번 사태를 공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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