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자영업자 현실
골목을 지나다 보면 불과 몇 달 전 생겼던 가게가 문을 닫고 또다시 새 점포가 생겨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영업은 생존률이 낮다는 얘기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폐업한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 519만5,918명의 16%에 달하는 82만9,669명으로 나타났다. 2007년(84만8062명)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 2011년 50대 창업 열풍으로 자영업자 수가 급증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렇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한 것이다. 당시 서비스 사업자가 100만명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5명 가운데 1명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당연히 장기 생존율은 매우 낮다. KB국민카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창업한 자영업자 100명 중 75명꼴로 휴업하거나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생존율이 약 25%에 불과한 셈. 특히 창업 후 3년이 지나면 절반 가까운 47%가 휴·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후 3년이 가장 큰 고비인 셈이다.
업종별로는 지난 10년간 주점, 유흥서비스 등 향락 업종의 폐업률이 8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휴대폰대리점 같은 정보통신업(84.7%), 음식점업(81.7%) 등 3대 업종의 폐업률이 80%를 넘었다. 경기와 유행에 민감한 업종이어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경기가 둔화되고 수요가 감소하면 급격하게 사라지는 업종이다.
하루 24시간, 휴일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가 많지만 노동의 대가는 박하다. 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자영업자의 30%는 소득 1ㆍ2분위인 ‘생계형 자영업자’로, 한 달 수입이 220만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만만하게 여겨지는 치킨집도 개인사업주의 평균 연 소득이 2011년 기준 2,500만원(월 2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빚은 많다. 상용직 근로자의 가구당 부채는 2011연 기준 5,100만원이지만 자영업자 부채는 8,500만원으로 훨씬 많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약 253조원으로 원화대출금 총액의 22.8%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은행권 자영업 대출을 더하면 354조원에 이를 정도다.
이러다 보니 저소득 생계형 자영업자의 부실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소득 1분위 저소득 자영업자의 평균 가처분소득대비 부채비율(DTI)는 54.4%에 달해, 매월 소득의 절반을 빚 갚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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