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인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된다. 대신 설계도 원본을 토대로 다른 곳에 원형 그대로 건물을 복원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신축 중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앵커호텔 모델하우스인 카사 델 아구아를 6일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전하게 될 장소는 중문관광단지와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도는 이전복원 재원은 복원을 갈망하는 일부 단체나 도민들의 성금을 모금해 추진하되 부족분은 도가 예산을 충당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도는 이전 복원 후 국내외 유명 예술인들이 '더 갤러리 카사델 아구아'에서 일정기간 무료로 작품창작활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창작활동이 끝나는 시점에 본인 작품 1점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또 하나의 문화관광자원화해 나갈 방침이다.
2009년 3월에 지어진 모델하우스 카사 델 아구아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 콘도분양을 위해 1년을 존치하겠다고 신고된 가설 건축물이다. 2차 연기 기한인 2011년 6월말을 넘기면서 이를 철거하려는 당국과 이를 보존해 문화ㆍ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화예술단체 등이 갈등을 빚어왔다.
문화예술단체와 건축계 등은 "세계적 건축가의 유작을 단순히 불법건축물로 여기고 철거하는 것은 문화유산의 파괴행위"라며 보존을 주장했다. 이들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게 만든 작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의미가 없다"며 철거나 이전 복원을 반대했다. 반면 서귀포시는 임시 시설물인 모델하우스가 존치 기한을 넘긴 불법건축물인 데다 해안선으로부터 35m 거리에 자리잡아 중문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규정에 위반된다며 철거를 결정했다.
카사 델 아구아 소유주인 (주)JID는 법원에 행정대집행 철거 집행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기각됐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1월 제주도가 처분한 가설건축물 기부채납 거부 건에 대해 위법ㆍ부당하지 않다고 통보해왔다.
도는 지난 1월 JID가 카사 델 아구아를 이전,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해당 건물의 설계도면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JID에 설계도 원본을 무상으로 기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형선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오랜 고심 끝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이 같이 결정했다"며 "이전 장소, 복원 및 재원 마련 방안 등은 각계 의견 등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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