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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학전그린

입력
2013.03.0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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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 뮤지컬과 연극의 명소로 17년 가까이 서울 대학로를 지켜 온 학전그린 소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 극장을 운영해온 극단 학전은 "최근 건물주가 바뀌면서 건물을 다른 용도로 쓰겠다고 함에 따라 10일로 문을 닫게 되어 현재 극장 설비를 철수 중"이라고 밝혔다. 학전은 "건물을 사들인 중소기업이 리모델링을 해서 사옥으로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전그린은 1996년 문을 연 194석의 극장이다. 지금까지 5,000회 이상 공연에 78만명의 관객이 찾은 명소다. 학전은 91년 같은 규모의 학전블루 소극장을 개관한 데 이어 학전그린을 열고, 개관작으로 '지하철 1호선'을 올렸다. 1994년 학전블루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2008년 4,000회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학전그린에서만 3,230회 공연에 6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김윤석 조승우 황정민 방은진 안내상 장현성 등은 '지하철 1호선'이 배출한 스타 배우들이다.

학전그린의 본래 목적은 어린이 청소년 연극 전용 극장이었다. 극단 학전이 제작해 여기서 초연한 '모스키토'(1997)와 '의형제'(1998)는 청소년 뮤지컬의 우수작으로 꼽힌다. '모스키토'는 초연 당시 무명이던 배우 설경구를 스타덤에 올렸고, '의형제'는 백상예술대상을 받았다.

학전 레퍼토리 공연 외에 대관 공연으로 연극을 많이 했고, 안치환 들국화 일기예보 등의 콘서트도 많이 했다. 1999년 기획 공연으로 올린 '학전 봄 풍경 32547_예술가들의 사랑방'은 들국화 안치환 김덕수 이광수 김광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학전은 "이런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극단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아쉬운 일"이라며 "어린이 청소년 연극 전용 극장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대학로에 같은 규모의 새 극장을 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극장의 마지막 공연은 3일 끝난 창작 뮤지컬 '빨래'가 됐다. 여기서 2009년 7월부터 3년 7개월 간 1200회 장기공연을 한 작품이다. '빨래'는 14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로 옮겨 공연한다.

학전그린은 사라지지만 학전블루의 공연은 계속된다. 3월에는 극단 작은신화의 '콜라소녀', 4월에는 학전 어린이 무대 '슈퍼맨처럼'이 올라간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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