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호는 결국 여자 3호를 선택했다. 여자 2호는 아무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여자 4호는 남자 2호와 짝이 됐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SBS '짝'이 23일 방영 2주년을 맞는다. 동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스타'에 밀려 7%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매회 방영 분마다 최종선택 결과를 놓고 인터넷에서 한바탕 논란이 펼쳐지고 포털 검색어 순위 1ㆍ2위를 차지하는 등 큰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형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는 '짝'의 제작과정을 남규홍 PD 등 제작진의 도움으로 정리해봤다.
모태는 권력게임 다큐멘터리
'짝'의 모태는 한국인들의 권력에 대한 속성을 보여주는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출세만세'(2010년)다. 4부작 다큐멘터리 중 2부를 '완장촌'에서 7명의 실험 참가자들이 '완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권력게임으로 구성했다가 큰 반향을 얻자 제작진은 주제를 '권력'에서 '애정'으로 바꿨다. 결과는 폭발적이었고 SBS는 2011년 1월 '다큐멘터리 스페셜-짝' 이 방영된 직후인 같은 해 3월 24일 '짝'을 정규 편성했다. 때문에 '짝'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곳곳에 묻어있다. 출연자를 이름대신 객체화 시킨 명칭인 '남성1호' '여성2호' 등으로 지칭한 설정과 내레이션을 통해 프로그램을 이끄는 성우에 무게를 싣기 위해 지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김세원(68)씨를 기용한 점 등은 모두 이 때문이다.
3,300명의 응모자 가운데 500명 출연
지금까지 '짝'에 출연 신청을 한 응모자의 수는 약 3,300명에 달하고 출연자 수는 지난 2월 27일 방영 분 기준으로 약 500명을 넘어섰다. 제작진은 인터넷을 통한 신청자 접수와 추천, 섭외의 3가지 방식을 통해 출연진을 확정한다. 이렇게 확보된 인력 풀을 제작진은 면접 방식을 통해 1차로 걸러낸 뒤 2차로 심층 인터뷰 한다. 일주일에 제작진이 인터뷰를 하는 대상자는 30∼50명으로 이 과정에서 '과연 이 사람이 자신의 짝을 찾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란 선발 기준이 적용된다. 선발된 예비 출연자 군을 대상으로 배경이나 성격 면에서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은 12명의 출연자를 매칭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 가족관계와 직장, 학력 등 기본적인 신원을 확인해 줄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 받게 된다. 지난해 성인 영화에 출연한 전력을 속이고 출연한 남성 출연자와 인터넷 쇼핑몰 모델 활동을 한 이력이 밝혀진 여성 출연자로 인해 곤욕을 치른 뒤 이 과정은 더 꼼꼼해 졌다.
6박 7일의 합숙, 무대본의 실험
'짝'은 매주 6박 7일간 12명의 남녀가 '애정촌'이라고 불리는 숙소에서 지내고 이를 화장실과 탈의실 등을 제외한 전 공간에서 카메라로 촬영, 편집해 2회에 걸쳐 방영된다. 제작진에 따르면 6박 7일은 남녀가 친밀해질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간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시에 '애정촌'에 입소하는 출연자들은 집결 이후 제작진으로부터 '애정촌 12강령'을 전달받고 '기초생활비'를 수령한다. 출연자들은 금요일 오후까지 자신의 이력을 공개할 수 없고 생활은 '도시락 선택' '개별 만남' 등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출연자 자율에 맡겨진다. 식사는 중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연자들이 직접 해결한다. 별도의 대본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퇴소도 자율에 맡겨진다. 현재까지 '애정촌'에서 자진 퇴소한 출연자는 부상을 당하거나 집안에 급한 일이 있었던 8명이 전부다.
현재까지 '짝'에서 최종선택을 통해 실제 짝이 되거나 결혼에 골인한 커플은 없다. 다만 이후 사회에서 교제를 하게 됐거나 출연 기수가 다르지만 출연자 모임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경우는 5쌍에 이른다. 제작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최종선택했던 커플이 결혼으로 골인하는 첫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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