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수능 고득점자의 수험 후기는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학원뺑뺑이가 일상이 되면서 혼자서는 아예 공부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대한민국에서 사교육 한 번 받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학교 수업과 강남구청 인터넷 강의(강남인강) 위주의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내로라하는 대학에 합격한 새내기 최명지(19∙고려대 지리교육과)양과 류동우(19∙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군으로부터 인강 활용 비법을 들어봤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강만으로 대학에 합격한 최 양은 "정해진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학원과 달리 인강은 내가 부족하고 모르는 부분을 찾아서 들을 수 있고, 부분적으로 여러 강사의 강의를 찾아 맞춤으로 선택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서울 강남구가 자체 운영하고 있는 강남인강은 1년에 가입비 3만원만 내면 모든 강의를 볼 수 있다.
의지박약 학생에게는 계획표 필수
인강은 교사와 직접 눈을 맞추고 듣는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계획 없이 인강을 수강했다가 강의가 밀려 중도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 따라서 인강을 수강하기 전 계획표를 미리 짜고, 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류동우군은 일과 중 인강 듣는 시간을 따로 정해놨다. 류군은 "저녁 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남는 시간과 야간자율학습 1교시 때는 늘 인강을 보고, 반복해서 문제를 풀었다"라고 말했다.
내신 성적은 좋았지만 모의고사 수리영역은 4등급에 머물렀던 류군은 기본기를 닦기 위해 2학년 때부터 인강을 반복해서 들었다. 기본서 '수학의 정석' 위주로 한 선생님의 강의를 집중적으로 팠다. 수능 100일 전까지 한 강의를 3번씩 보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지켰다. 류군은 "시험 기간이 아닐 때 진도를 미리 나간 다음 학교에서 배울 때 또 강의를 보면서 다시 한번 반복했다"라며 "중간ㆍ기말시험 기간에는 그 범위를 다시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부한 류군은 지난 수능 수리영역에서 1등급을 받았다.
최양도 여유가 있는 방학 때 인강 계획표를 따로 짰다. 오전에는 학교 보충수업을 듣고, 자습을 할 수 있는 오후 5시간은 언어ㆍ수리ㆍ외국어ㆍ탐구 과목 인강을 듣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모든 과목을 매일 조금씩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예·복습도 철저히
인강을 틀어놓는다고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듣기 전에 미리 교재를 훑어보고 문제를 미리 풀어 모르는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수업을 들을 때 모르는 부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양은 방학 때 1학기 정도 분량을 예습하기도 했다. 주로 수학 강의를 들은 그는 강의를 듣기 전 기본서를 먼저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만 인강에서 골라 들었다. 또 꼼꼼하게 개념 위주로 설명을 해주는 강의와 문제풀이 기술을 알려주는 강의를 요령껏 섞어 들었다. 최양은 "이해하기 어려운 통계나 수열 부분은 개념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념 강의를 한번 듣고나서, 문제풀이 강의를 꼭 들었다"고 말했다. 강의를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최양이 꼽은 인강의 장점이다
류군은 배운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전날 배운 강의를 다시 한번 복습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전날 3단원을 끝냈다면 오늘 나갈 4단원과 어제 공부한 3단원, 두 단원씩을 공부하는 식이다. 류군은 "강의를 반복해서 듣다보니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던 것도 점차 혼자서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이해가 됐다"며 "그렇게 기본기를 잡고나니 고난도 문제도 스스로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정지, 되돌리기, 건너뛰기 등을 너무 남발하면 오히려 학습 흐름을 깨뜨릴 수 있다. 일부분을 계속 되돌려 듣기보다는 전체 강의를 여러 번 반복해 듣는 편이 이해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맛보기 강좌 통해 맞춤 강의 찾기
자신에게 적합한 강의와 강사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럴 때는 주변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것도 좋지만, 맛보기 기능을 이용해 본인이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수업에 대한 강제성이 없으므로 흥미를 느낄만한 강좌를 선택하는 것이 인강 성공의 요령 중 하나다. 수학 과목은 한 가지 강좌만 고집했던 류군은 "처음에는 진도를 빨리 나가기 위해서 일부러 시원시원하게 말을 빨리 하는 강사를 골랐는데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암기 과목을 싫어해 역사 공부하기가 막막했다는 최양도 "흐름을 훑고, 외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사 인강을 통해 훨씬 수월하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좌를 선택할 때는 강사와의 질의응답이나 수강 후기를 꼼꼼히 챙겨 강사의 스타일을 먼저 파악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스타강사의 강의를 따라 듣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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