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대표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TV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 "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고, 일부 비대위원은 "야당을 깡그리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의 극치"이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어제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하기 직전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고 거들었다. 이어 문 위원장은 비대위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의 담화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여야를 포함한 국회 무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안 고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데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도 표결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그는 "청와대가 원안 고수라는 이름으로 압력을 가하고, 결국 여당은 직권상정하고, 야당은 단상 점거를 하게 되는 악순환의 구태 정치를 이제 또 하자는 말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회동 제안과 청와대의 브리핑을 통한 여론전에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어제 오후 2시 회동을 갖자고 일방적으로 초청해 놓고 (그에 앞서) 대변인을 통해 원안 고수를 주장하면 어쩌자는 말인가"라고 성토한 뒤 이솝 우화에 빗대 "여우가 두루미를 만찬에 초청해놓고 두루미에게 접시에 담긴 수프를 먹으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야가 한참 장기를 두고 있는데 훈수 두던 대통령이 장기판 엎으라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호 당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권위주의 체제의 독재자들이 했던 방식으로 매우 위험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은 특히 전날 여야 협상이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청와대의 개입으로 막판에 틀어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IPTV 업무의 인ㆍ허가와 법령 제·개정권을 포함해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나머지 유료방송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잔류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접근시키고 잠정 합의문까지 주고 받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밤 10시쯤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에 나타난 뒤 새누리당이 갑자기 합의 내용을 번복하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법령 제ㆍ개정권의 미래부 이관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합의가 다 된 상황에서 다시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발이 묶인 상황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전날 여야가 작성했던 합의문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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