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촌을 둘러싸고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3일 발생한 농성장 천막 화재 이후 관할 구청인 중구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에게 '8일 천막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고 농성중인 해고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화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화 사건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쌍용차 사태를 방치한 결과"라며 "방화로 인한 화재가 분향소 철거의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중구청의 강제 철거 강행 시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중구청은 앞서 지난해 12월 '농성 천막이 인도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며 철거하려 했지만 철거 직전 농성촌 측 관계자들과 전격적인 대화가 이뤄져 잠정 보류했었다.
지난해 4월부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주로 지켰던 농성장은 당시 용산참사 유가족,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이 합류해 '함께살자 농성촌'이라는 이름으로 규모가 커졌다.
서울시 중재로 농성촌 측과 대화에 나섰던 중구청은 "전국에서 몰려온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농성장을 철수할 수 없다"는 농성촌의 입장을 수용해 18대 대선 이후로 철거를 미뤘다. 농성촌 사람들도 대부분 빠져 지금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화재사건 이후 중구청의 입장이 강경해졌다. 중구청 관계자는 "화재가 나기 전인 지난달 27일 자진철거 약속을 받았고 이후에도 철거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강제집행 계고장을 전달한 상태"라면서 "예정대로 8일 행정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성촌의 김태연 상황실장은 "방화로 판명된 이상 철저한 수사가 우선"이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한편 기존 입장대로 쌍용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 철거에 부정적이었던 서울시는 지난해와 달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화재로 덕수궁 담의 석가래 27개가 그을리는 피해를 입어 단속권이 있는 중구청을 막기가 어려운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한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장에 불을 지른 방화범 안모(52)씨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결과 안씨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저동 1가 노상에 있는 명동 철거민대책위원회의 천막에도 불을 붙이는 등 앞서 3차례 도심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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