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도 이 강의 들으세요? 전 어려울 거 같아서 그냥 청강만 해 보려고 왔는데."
"일단 들어 보고 어렵다 싶으면 취소해야지. 벌써 다른 강의도 알아봐 뒀어."
4일 오전 개강 첫날 서울대 경제학부의 '거시경제학 특수 연구' 주제의 대학원 강의 시작 5분을 앞두고 학생 50여명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명색이 국내 최고대학의 석ㆍ박사 과정 학생들이 학부 신입생 마냥 '만일'에 대비한 수강 취소와 대안을 조심스레 논의하고 있을 정도였다.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70) 교수의 첫 강의 풍경이다.
사전트 교수는 서울대가 2011년 연말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235억원을 투입한 '글로벌 선도연구중심대학 육성 프로젝트'에 따라 영입한 해외 거물급 석학 유치 1호. 뉴욕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스탠퍼드대, 시카고대, 미네소타대 등 미국 명문대학에서 40여년간 교편을 잡아 온 그를 데려오기 위해 제시한 연봉이 무려 15억원이다.
학생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거시경제 수업을 세계적인 석학에게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50명 정원의 강의에 수강신청을 한 학생은 불과 23명. 나머지 30여명은 청강생들이다. 수강신청을 한 학생은 수강 취소를, 청강생은 추가 수강신청을 염두에 두고 강의 첫날부터 이른바 '간 보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강의는 자산ㆍ가격 관련 기본 이론들에 대한 사전트 교수의 질문과 학생들의 답으로 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름 때문인지 긴장하는 표정들이었지만 농담을 던지는 사전트 교수에 차츰 적응해 갔다.
사전트 교수는 수업 후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며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트 교수는 '수업 난이도가 너무 높을 까봐 걱정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까다로운 내 질문에 아주 훌륭히 대답하는 등 대부분 잘 따라왔다"며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생긴다면 그건 (학생들 수준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학생들이 아주 강도 높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며 "1주일에 15시간 이상은 투자해 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강의 후 대부분 학생들의 표정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박사과정 한 대학원생은 "만만치 않겠지만 지금 같은 강의 스타일이라면 한번 해 볼만하겠다 싶어 추가 수강신청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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