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창조형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크라우드 펀딩'의 밑그림이 나왔다.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특정 프로젝트나 기업, 개인에게 대출해 주는 것. 정부는 무분별한 투자와 펀딩 운영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1인당 연간 투자한도를 정하고 업체 자본금도 제한할 방침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중소기업청과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최근 회의를 갖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창업ㆍ벤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내 도입을 목표로 본격적인 크라우드 펀딩 제도 검토에 들어갔다"며 "업체의 건의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부분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은 주로 영화, 음반 등 프로젝트에 투자해왔고 대출업무래야 개인대출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새 정부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참여하는 자금모금 방식을 창조형 중소기업 창업에 적용키로 하고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크라우드 펀딩 도입법안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한도 설정 및 업체 진입 장벽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투자횟수와 관계 없이 1인당 투자한도를 연간 1,000만~2,000만원으로 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잡스법'(JOBS Act)을 제정해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연소득 10만달러 미만 개인은 연간 최대 5,000달러, 10만달러 이상 개인은 1만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이 여러 기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기면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펀딩 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 기준도 두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의 자본금이 대개 5억~7억원 수준이고 가장 큰 업체도 34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해 1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형식은 중소기업의 창업을 돕는다는 입법 취지에 따라 원리금 상환보다는 지분참여방식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안착될 경우 당장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나 기술력만으로 승부하는 창조형 중소기업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소액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창업 실패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억원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10만원씩 1,000명이 투자한다면 실패에 따른 부담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자본금과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금융권의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겐 크라우드 펀딩이 가장 적합한 자금 모금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책과의 중복 수혜 방지와 수혜 기업의 사기 예방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불특정 다수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특정 프로젝트나 기업, 개인에게 대출해 주는 것.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