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심야에 서울 도심에서 총기를 쏜 뒤 경찰관과 시민을 차로 치고 도주한 주한미군 3명은 행인을 향해 BB탄을 난사한 뒤 도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용산경찰서는 4일 오후 사건 피의자인 C(26)하사와 여군인 F(22)상병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이들로부터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접도로에서 행인들을 향해 BB탄을 쏜 뒤 경찰 검문에 불응해 차를 타고 도주했다'는 시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BB탄은 서바이벌게임에서 사용하는 지름 5∼6mm의 플라스틱 총알로 자칫 눈 등에 맞을 경우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날 오후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C하사와 F상병은 각각 도주차량인 옵티마 승용차의 뒷좌석과 조수석에 앉았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조수석에 있던 여성이 총기를 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F상병이 BB탄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BB탄 발사 경위 및 음주 및 약물복용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용산 미군부대에서 1㎞ 남짓 떨어진 문배동 고가도로 아래에 버려진 도주차량에서 BB탄 30여발을 발견, 차량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경찰관계자는 "사건 당일 미군들이 쏜 BB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도주차량 운전자 B(23) 상병의 소환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당시 추적에 나섰던 용산서 이태원지구대 소속의 임성묵(30) 순경이 쏜 총에 어깨를 다친 그는 현재 미8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용산서 관계자는 "미군 측에서 B 상병이 현재 진통제를 맞고 입원한 상태라 당장 조사를 받기 어렵다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B상병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시민을 위협한 미군과 도심 추격전을 벌인 임순경은 왼 발에 반 깁스를 했지만 건강상태는 비교적 좋아 보였다. 서울 송파구 한 병원에 입원 중인 그는 "광진구 자양동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도주차량을 발견한 뒤 추적 차량(택시)에서 내려 "스톱! 멈춰라!"고 말했지만 미군은 후진해 차를 뺀 뒤 제 쪽으로 돌진했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 부딪히기 전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왼쪽 무릎과 발등을 다쳤다.
미군은 차를 뒤로 뺀 다음 또다시 임 순경에게 달려들었고, 그는 실탄 2발을 차 바퀴를 향해 쏜 뒤 넘어지면서 벽 쪽으로 피했다. 그는 "총기는 생명이나 신체에 위협을 느꼈을 때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하게 돼 있다"며 "미군 차량이 후진해 도망가려 할 때도 마지막 실탄을 조수석쪽 바퀴를 겨냥해 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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