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이날 최고위원회의 도중 언론을 통해 사퇴 소식을 처음 듣고 "대체 배경이 뭐냐"고 어리둥절했을 정도였다.
김 후보자는 3일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연락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지난 주부터 사퇴를 고민했고, 주말쯤 마음을 굳혔다"면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도 김 후보자의 사퇴를 전제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장관직을 포기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정치권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을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신상 문제로 물러났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우선 미국 정부가 김 후보자의 국적 포기 움직임에 대해 사실상 제동을 건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 후보자가 중앙정보국(CIA)과 일한 적이 있는 정보통신업계 거물인 만큼 미국이 국가기밀 및 두뇌 유출 가능성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인 등 가족이 김 후보자의 미국 국적 포기와 입각을 반대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수천억원에 이르는 국적 포기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에 있는 재산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4일 국적을 회복해 이중 국적자가 됐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려면 1년 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날까지 미 대사관에 국적 포기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치명적 하자가 발견돼 김 후보자가 사퇴 카드를 먼저 던졌을 것이란 소문도 있다.
어쨌든 김 후보자는 논란을 뒤로 하고 5일 오전 10시 15분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김 후보자 사퇴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정치 갈등 속에서 뜻을 접어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정치권에 책임을 돌리면서 '조국에 대한 헌신을 접겠다'고 말한 것은 생뚱맞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김 후보자 같은 인재가 국내 정치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난 것을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퇴한 것은 공직 후보자로서 자질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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