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분위기가 무겁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4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5차전 카타르전(26일) 명단 발표에 코칭스태프 전원을 소집했다. 최 감독은 보통 엔트리 발표 때 코치 1명 정도를 대동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비상 상황이니만큼 김풍주 골키퍼 코치까지 모두 불러들여 별도의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승부처인 카타르전을 대비해 철저한 준비와 꼼꼼한 현미경 분석 등을 요구했다.
박주영(셀타 비고) 제외라는 '회심의 승부수'가 대표팀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최 감독은 이날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오는 22일 시리아와의 비공개 평가전과 26일 카타르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대표팀의 '터줏대감' 박주영을 제외했다. 공격수 박주영이 팀 이적과 병역 논란 그리고 국내파 위주의 소집 등으로 대표팀에서 빠진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대신 최 감독은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 손흥민(함부르크),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으로 공격진을 꾸렸다.
대표팀의 분위기와 동기 부여 등이 대표 선수 선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영의 제외도 같은 맥락이다. 최 감독은 "대표팀의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기 유발과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모두 고려해 선발했다. 카타르전에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젠 대표 선수란 타이틀이 박주영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올림픽 대표팀의 경우는 병역 혜택 면제가 걸려 있고, '맏형' 역할을 했기 때문에 투철한 사명감이 요구됐다. 그러나 현 대표팀에는 이동국이 버티고 있는 터라 박주영이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대표팀 분위기도 박주영이 없었을 때 더 좋았다. 한국은 최종 예선 1ㆍ2차전에서 박주영 없이 2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3차전인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박주영이 합류하면서 이동국과의 호흡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시종일관 이동국과 박주영의 '공존' 여부가 최대 관심사가 됐고, 이로 인해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결국 한국은 3ㆍ4차전에서 1무1패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최 감독은 "카타르를 어떻게 공략해서 이길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박주영에 대한 질문보다 나머지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하는지 지켜 봐달라"며 당부했다.
박주영의 자리는 신예 공격수 손흥민과 지동원이 메울 전망이다. 둘은 지난달 6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공격을 이끈 바 있다. 최 감독은 "손흥민은 분명히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본인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경기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18일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돼 본격 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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