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통일 독일의 첫번째 총리에 오른 헬무트 콜(82). 1982년 서독 총리로 독일 통일의 기초를 닦고, 1998년 독일 총리로 정치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16년간 서독과 독일 지도자로 격변의 현대사를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그가 수감자처럼 지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콜 전 총리가 2008년 뇌졸중 발병 후 두 번째 부인인 마이케 콜 리히터(49)에게 사실상 감금돼 수감자처럼 지내고 있다고 그의 아들들을 주장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아들들은 당시 총리실에서 근무했던 경제학자 출신의 리히터가 남편에 대한 존경심을 비정상적인 스토커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 전 총리 아들인 발터 콜과 페터 콜 형제는 7일 재발간되는 생모 하넬로레의 전기에 쓴 27쪽 분량의 서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형제는 콜 전 총리가 자식들은 물론 가까운 지인도 만나지 못하도록 계모인 리히터가 아버지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페터는 “2008년 5월 아버지의 재혼 소식을 타블로이드 신문에서 알게 된 사실이 슬펐다”며 “2011년 5월 후에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도 못 보고 있다”고 밝혔다. 페터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손녀를 보고 좋아하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라며 “아버지는 만난 지 10분 만에 ‘이만 가지 않으면 (리히터에게) 내가 곤란해질 거야’라고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형제는 생모인 하넬로레가 살아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콜 전 총리와 리히터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가 ‘은밀한’ 관계였는지 등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독일 경제부에서 근무하다 콜 전 총리의 간호를 위해 휴직한 리히터는 형제의 주장이나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는 리히터가 콜 전 총리가 외국 정상들이 주고받은 공식 서한 등을 포함, 그의 기록 대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가족사는 물론 역사까지도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콜 전 총리의 전기 집필을 계획 중인 헤리베르트 슈반은 “리히터가 콜 전 총리의 역사를 자신의 뜻대로 편집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 두렵다”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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