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화났다.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의 난항으로 ‘정부 파행’의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하자 정부ㆍ여당안의 타당성을 직접 국민에게 밝히고 야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어제처럼 절박하고 결연한 목소리가 담긴 ‘대국민 담화’도 실로 오랜만이다.
박 대통령의 설명과 호소는 논리적으로는 그릇됨이 없다. 취임 일주일이 지난 마당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마무리되지 않아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ㆍ육성할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온전한 출범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 개편에서 새 대통령의 국정 구상이 우선 존중돼야 하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에 대한 정부ㆍ여당안이 ‘방송 장악’우려가 크다는 야당 주장도 흘러간 옛 노래처럼 들린다. 인터넷방송(IPTV)이나 유선방송(CATV) 등의 플랫폼 사업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야당 주장도 도로개선 사업을 도로공사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억지스럽다.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이를 전달하는 통로인 플랫폼은 도로ㆍ철도망이나 송전선처럼 기술 영역에 속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아무리 옳더라도, 정부ㆍ여당안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야당에게 억지로 떠먹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잘못이다. 그제 하루 동안 청와대가 세 차례나 성명을 발표하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고, ‘대국민 담화’까지 나왔으니 여론이 적잖이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여론몰이는 정치적 약자인 야당에게는 강압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야당을 움직이려면 적절한 명분을 주어야지, 세게 밀어붙여 될 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전방위 압박은 야당을 사생결단식 저항으로 몰아넣기 십상이다.
박 대통령이 정말 이를 몰랐다면 정치 감각이 둔한 것이고, 알고서도 강행했다면 지나치게 냉혹하다. 이러고서는 원하는 바를 얻어봐야 국민의 믿음을 잃게 된다. 여야는 물론이지만, 그에 앞서 청와대의 정치력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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