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에는 과 의 두 가지 노선도가 있다. 은 실제 지도 위에 지하철의 노선을 그려 넣은 것이 분명한데 는 무엇일까?
수학은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것이 수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다. 철학에 "구체에서 추상으로, 추상에서 구체로"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딱 수학에 적용된다. 세상을 수학이라는 공인된 약속에 의해 추상화하고 추상화된 것은 다시 세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선도는 대표적인 예다. 은 실제 노선도를 지도 속에 그려 넣어 한 장의 종이 위에 나타낸 것이다. 는 이보다 더 현실을 왜곡해 점과 선들로 표현했다. 이렇게 현실을 추상화해 표현하는 것은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 간단하게 나타낼 수도 있고, 작은 공간에 많은 정보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두 그림이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두 그림의 노선 위의 역 순서와 이름이 같고, 노선과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의 이름 또한 같다.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중요한 정보는 동일하게 들어가 있는 것이다. 수학에서 두 가지 노선도와 같은 도형들을 일컬어 '연결상태가 같은 도형'이라고 한다. 연결상태가 같은 도형이란 자르거나 붙이지 않고 늘리거나 구부려서 같은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도형이다.
연결상태가 같은 도형은 현재 수학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개념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고 과학의 회로도나 전류의 흐름을 공부할 때도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고 직접 공부하기에 재미있는 탐구 주제다. 간단한 회로도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배운다. 회로도를 실험하면서 지하철 노선도와 연결상태의 개념을 이야기해주고 회로도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자. 의 세 가지 회로도가 모두 연결상태가 같은 도형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천종현 소마사고력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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