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4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호주전에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했다. 하지만 머리 속은 이미 대만전 구상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호주는 한국, 네덜란드, 대만이 속한 B조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고 있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한국이 호주를 꺾는다는 전제아래 5일 대만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이번 대회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6점 차 이상으로 승리한다면 기적적인 2라운드 진출, 5점 차 이내로 승리한다면 비자책점 등을 따져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다. 그 외의 경우는 사실상 탈락. 그런데 대만 전력이 만만치 않다. 과거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공갈포'팀이 아니다.
공격력, 1번을 막아라
경계 대상 1호는 1번 타자 양다이강이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소속으로 톱 타자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고 있다. 2경기 성적은 8타수 2안타, 타점이 3개나 된다. 양다이강은 지난해 니혼햄에서 144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7리에 153안타 55타점 71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도루도 17개를 성공하며 주루 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대만 톱타자의 출루를 막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클린업 트리오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다. 1차전 호주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3번 펑정민(슝디),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4번 린즈셩(라미고), 5번 추쯔치(슝디)까지 쉬어갈 타선이 없다. 린즈셩은 2회 WBC,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국가대표로 뛰었고, 이번이 첫 국제대회인 추쯔치는 작년 대만 리그에서 타율 3할6푼5리에 21홈런 91타점을 올린 거포다.
일본서 활약하는 투수 3명
대만 투수력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 봉중근(LG) 등 왼손 에이스들이 대거 불참한 반면 대만은 최고의 투수들을 불러 모았다. 엔트리에 속한 13명의 투수 중 일본 무대에서 뛰고 있는 투수는 3명, 마이너리그 소속은 2명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왕첸밍이 1차전에 등판, 우리와 만나지 않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대표팀 코치들은 대만 투수들이 몸쪽 승부에 능숙하다고 경계를 내린 상태다. 양상문 투수 코치는 3일 "대체적으로 제구가 좋아 쉽게 공략하기는 힘들 것이다. 적극적인 몸쪽 승부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심판들도 홈 팀 대만에 다소 유리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격보다 무서운 수비
대만 대표팀의 최고 무기는 수비다. 2승의 원동력은 '짠물 수비'에 있다. 현장에서 대만의 경기를 모두 지켜본 한 야구인은 4일 "그 동안 대만은 공갈포에 의지했다. 1, 2회 대회 때 1라운드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다르다. 타격 보다는 투수력과 수비력을 앞세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비력은 한국과 일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대만 수비가 이렇게 강하다고 예상한 사람이 누가 있었겠냐. 5일 경기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중(대만)=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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