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선거 직후 부족간 충돌로 1,200여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사태를 겪은 케냐가 4일 대선과 총선 투표를 실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투표 시작 전 제2의 도시이자 주요 무역항인 뭄바사에서 괴한들이 순찰 중이던 경찰을 공격해 경찰 6명을 포함,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당국은 이 지역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선거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한 무장단체 ‘뭄바사 공화주의 회의(MRC)’ 소행으로 추정했다.
부족이 40여개에 달하는 다부족 국가인 케냐는 부족 간 갈등이 유혈사태의 배경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최대 부족인 키쿠유족 출신의 므와이 키바키 현 대통령이 접전 끝에 승리하자 2위를 한 루오족 출신 라일라 오딩가 현 총리가 선거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당시 케냐에서만 1,200여명이 숨지고 6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뭄바사를 무역 거점으로 삼았던 동아프리카 내륙 국가들은 항구가 폐쇄되면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미국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케냐가 주요 동맹국이어서 이번 선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에 보낸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평화 유지를 당부했다.
이번 선거는 2008년 유엔이 유혈사태 종식과 연립정부 구성을 중재한 후 케냐가 개혁 조치로 취해온 정치·사법 체제를 시험하는 의미를 갖는다.
현재 8명의 대선 후보들 중 오딩가 총리가 선두다. 그와 키쿠유족 출신의 우후루 케냐타 부총리는 “선거에서 패하면 승복할 것”이라며 “평화적 선거를 치르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이전처럼 키쿠유족과 루오족 간 접전구도여서 결과에 따라 충돌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딩가 총리는 이미 “선거위원회가 루오족 유권자들을 모두 등록시키지 않고 누락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더구나 케냐타 부총리는 2007년 폭력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상태다. 재판은 8월에 시작된다. 만약 케냐타 부총리가 승리할 경우 케냐는 상당 기간 동안 권력공백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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