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원순과 안철수의 '상응·상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원순과 안철수의 '상응·상구'

입력
2013.03.04 12:02
0 0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예상하지 않았던가. 다만 대선 패배의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5일)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전해진 소식이라 놀라움이 더해졌는지 모를 일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결정이 야권의 정계개편과 여야 역학구도에 변수로 떠오르면서 민주통합당에겐 긴장감을, 새누리당에겐 부담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안 전 교수의 출마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사람은 다름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내용 중 공자(孔子)가 저술한 십익(十翼) ‘문언전(文言傳)’에 이런 글이 있다. “같은 소리는 상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를 찾아 얻는다(同聲相應, 同氣相求). 물은 낮고 축축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곳으로 타 들어간다(水流濕, 火就燥). 용이 일어나면 구름이 쫓아가고, 호랑이가 울부짖으면 바람이 따라서 세차게 분다 (雲從龍 風從虎).”

박 시장이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때문이었다. 이를 의 ‘동성상응, 동기상구’의 의미로 풀어보면 ‘하늘을 나는 용이 자신을 도와줄 사람(大人)을 만나는 천운(飛龍在天利見大人)’을 박 시장이 잡아챈 것이다. 운(運)은 움직이는 것이고, 글자 그대로 나는 것이며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채워주는 복주머니와는 다른 개념이다. 변화와 새 정치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갈구하는 ‘같은 소리, 같은 기운’이 서로 제때 만나 그간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자신과의 공진(共振)현상을 만들며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까지 거론하면서 ‘동성상응, 동기상구’를 얘기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2년 전 ‘아름다운 양보’는 서울시장 박원순을 만들었고, 대선 후보 안철수를 만들었다. 그러나 운은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운은 타이밍(時仲)이고 스스로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안 전 교수든 박 시장이든 벌써부터 운을 잡기 위해 서로 앞다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구름이 쫓아갈 청룡’이나 ‘바람이 따라 부는 백호’가 되려면 새 정치를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으로 각자 자신의 운신의 폭을 넓히며 내연 확대와 상생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재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의 출사표는 향후 5년을 내다보는 대권 플랜의 시동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장은 막강한‘현직’을 기반으로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자치단체장 임기가 끝나는 시점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2017년은 더욱 그렇다. 여당이 정권을 쥐면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 과거 사례에 비춰 아직 서울에서 야권 후보로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점은 그의 재선 가능성을 높여준다. 박 시장은 이를 발판으로 4년 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설 수 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장밋빛 청사진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안 전 교수를 주요 변수로 한 야권 재편 시나리오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박 시장으로서는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자칫 내년, 나아가 5년 후의 향배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쟁자이자 협력자로서 양자 간의 ‘같은 생각, 같은 기운’이 향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시 공명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아직은 미지수다.

박 시장은 그 동안 시민과 호흡하는 민생 행보와 합리적인 중도 이미지를 통해 시정 운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공약인 시 부채 감축 문제를 놓고 산하 기관 수장과 갈등을 빚는 등 재선에 대한 조급증을 드러냈다. 2011년 7월 시장 선거 출마 결심을 굳힌 49일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담대한 희망을 걸었듯, 성급함을 다스려 고유의 브랜드를 보다 확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전 시장에 대한 비판 전략도 바꿔 이젠 융합과 포용의 자세가 절실하다.

한 사람의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난다. 그러나 자신이 어떤 운을 만들고 개척하느냐에 따라 새 정치를 바라는 만인의 꿈을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는‘건괘의 천리’를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장학만 사회부 차장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