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덩어리인 방파제 대신 나무가 빼곡한 방조림을 만든다면 쓰나미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센다이 공항 인근 이와누마(岩沼)시 해변에서 만난 히오키 도류(51) ‘생명을 지키는 숲의 방조제’ 회장은 도호쿠 해안선 300㎞를 따라 9,000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거대한 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센다이 시내의 사찰 린노지 주지이기도 한 그는 “쓰나미로 생긴 쓰레기는 아직 절반도 치우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나다”며 “이 쓰레기를 활용해 도호쿠 해안을 따라 4~10m 높이의 언덕을 쌓고 흙을 덮은 뒤 나무를 심으면 자연방조림으로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가 튼튼해 강한 파도에도 견딜 수 있는 후박나무 등 20여 종류의 나무를 심으면 20년쯤 후 10~15m 높이의 숲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히오키 회장은 “이 숲은 평소 공원으로 활용되지만 거대한 쓰나미가 닥치면 그 확산 속도를 늦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히오키 회장은 2년 전 도호쿠 전역이 쓰나미 피해를 입자 저명한 환경학자인 미야와키 아키라 전 요코하마국립대 명예교수에게 전화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획기적인 제안에 공감한 미야와키 전 교수는 이를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앞장섰다. 현재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숲의 장성 프로젝트’ 등 10여개의 시민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이와누마 해안에서 1만2,000여그루의 나무를 심는 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올해는 4월부터 이와테현 등 20여 지역에서 숲 조성 행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최근 호소카와 전 총리를 비롯, 올림픽 레슬링을 3연패한 국민영웅 요시다 사오리 등이 참여한 바자회에서 3,500만엔(약 4억원)을 모았지만 9,000만그루의 나무를 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히오키 회장은 “대를 이어가며 방조림을 조성할 것”이라며 “방조림이 마무리되면 세계적인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누마=한창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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