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에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꾸준히 반복됐다. 여야는 여론의 비판 속에 대통령 취임식 직전까지 대치를 거듭하면서도 막판에 상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며 접점을 찾았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이후 김영삼정부와 김대중정부, 이명박정부가 출범 초기 정부조직 개편에 나섰고, 합의 과정에서 항상 진통을 겪었다.
이명박정부는 인수위를 통해 2008년 1월 16일 18부 4처의 직제를 13부 2처로 바꾸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타 부처와 기능이 중복되는 통일ㆍ정보통신ㆍ해양수산ㆍ과학기술ㆍ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게 골자였다. 한나라당은 2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원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통합민주당은 통일부 존치 등을 요구하며 맞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거들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정면 돌파' 입장을 밝히는 등 여야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결국 정부 출범 나흘 전인 2월 20일 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통합민주당은 해양수산부 존치 입장을 거둬들였고, 21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여야 협상 타결에 한달 가량 걸린 셈이다.
김대중정부에선 1998년 1월 26일 21부처를 16부처로 축소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2월 2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김대중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했지만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권력 집중'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따라 당초 중앙인사위원회 신설 계획은 사라지고 기획예산처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산하 예산청으로 기능이 분리됐다. 폐지 예정이었던 해양수산부도 김영삼 대통령과 김 당선인의 주례 회동을 통해 존치되면서 원안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정안은 17일이 되어서야 국회에서 처리됐다.
김영삼정부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틀 전인 1993년 2월 23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삼 당선인은 동력자원부와 체육청소년부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민주당은 동력자원부 존치를 주장하며 대립했다. 민주당의 반대는 92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자유당이 제기한 김대중 후보에 대한 '용공 음해' 시비와 연계돼 있었다. 민주당은 김영삼 당선인 대신 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고 국회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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