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ㆍ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새 정부 출범 1주일째인 3일에도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두고 강(强) 대 강(强) 대치만 반복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이 불발된 것을 두고서도 각각"야당에 확답을 받았다""청와대의 일방적 발표"라고 말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새 정부가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는데도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력 부재로 정국이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는 데 대한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청와대 회동은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12시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앞서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2일 오전 11시쯤 주요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3분 가량 지난 뒤 "한 가지 더 말하겠다"며 "3일 오후 2시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과 관련해 의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방금 전에 일정 등이 확정돼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OK한 적이 없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군사 작전도 아니고 11시(직후)에 언론에 공개하면서 11시 2분에 우리한테 전화해 일방적 통보한 것은 완전히 보여주기 식"이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허 실장과 2일 오전11시 2분 통화기록이 찍힌 휴대폰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국회 협상 중이어서 적절치 않지만 일단 제안이 왔으니까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로 대답했는데 청와대가 발표해 버렸다"며 "야당을 무시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허 실장은 문 비대위원장에게도 청와대 회동에 대해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히 허 실장이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문 비대위원장과 통화한 것을 두고 "야당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급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당 지도부 인사들과 당무 관련 논의 중 전화를 받았던 문 비대위원장은 참석자들의 반발에 "허 실장이 나하고 잘 알고 그래서 편하게 전화한 것 아니겠느냐"고 무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비대위원장은 의정부에서 서점을 운영할 당시 의정부시장이었던 허 실장과 알게 된 뒤 친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은 "그런(야당과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경우는 없다. 다 합의해서 발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변인도 이날 "당연히 확정이 됐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라며 "(야당의 회동 수용으로)당초 11시 브리핑하려다 3분 정도 늦췄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달라"며 "확정 안 된 것을 발표해서 청와대가 얻을 게 뭐냐"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은 이 외에도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논란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등을 두고도 해법 찾기보다는 온종일 상대를 비판하면서 여론전에 골몰했다. 청와대는 홍보수석, 국정기획수석, 미래전략수석, 대변인 등의 릴레이 회견을 통해 "정부가 정상 가동되지 못해 엄중하고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부각시키는 데만 초점을 뒀다. 여야도 대변인 브리핑 통해 설전 주고 받기에 바빴다. 정작 타협을 통한 돌파구 찾기보단 상대의 '대승적 양보'만 촉구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완벽한 정치의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야 모두 담화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선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통치가 아니라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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