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으로 간 퇴직 경제관료들은 '오작교'로 통한다. 각종 송사나 민원에서 기업과 친정 부처 간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나 막강한 징세권을 휘두르는 국세청 등의 퇴직 관료들이 해당 부처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기업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깊숙이 개입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경제ㆍ금융부처 출신들도 로펌에 고용돼 옛 소속기관을 상대로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조사권 및 인허가, 제재권을 행사하던 관료들이 로펌으로 옮긴 뒤에는 기업을 위한 방어 논리를 제공하거나, 기업들의 일감을 따내 로펌 수익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 고문, 자문위원 등 직함으로 로펌에서 활동하는 국장급 이상 퇴직 관료들의 연봉은 최소 수억원대에 달한다. 2011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국내 6대 로펌 현황에 따르면 이들 로펌의 전체 전문인력 96명 가운데 공정위와 금감원(금융위원회 포함), 국세청(관세청 포함) 등 경제부처 관료 출신이 53명으로 55.2%나 됐다. 지난해에도 국내 6대 로펌에서 일하는 공정위 출신 직원이 4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펌에 고용된 퇴직 관료들의 역할은 소속했던 부처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금감원이나 금융위 출신들은 선ㆍ후배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기관 제재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다 제재를 당한 기업이 소송을 내면 기업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친정 부처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장급 이상으로 퇴직해 로펌으로 이직한 금감원 출신들은 평소 현직 간부들과의 친분 유지에 중점을 두며, 팀장급 이하 퇴직자들은 정보 수집이나 의견서 작성을 주로 한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법을 만드는 금융위 출신들은 법의 맹점도 잘 아는 만큼 기업에 유리한 논리를 뒷받침하는 작업에 주로 매달린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을 때면 공정위 출신들이 사건 수주 경쟁에 나선다. 대형 로펌이 공정위 출신들을 영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정위에서 기업을 상대로 '창'을 겨누는 일을 했으니, 그만큼 '방패' 역할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실제 공정위의 지난해 심판사건 의결서를 보면 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경우 공정위 경쟁국과 하도급국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가 공정위 관련 사건의 절반을 맡았고, 세종은 정책국장 출신 변호사, 광장은 심결지원2팀장을 지낸 변호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기업이 방어권을 만들어야 하는 사건에서 대표주자로 나섰다
국세청이나 관세청 출신들은 기업들의 세금 관련 소송을 수주하는 한편, 친정 부처를 상대로 세무조사 정보를 수집해 해당 기업에 자문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절세 방안을 조언하기도 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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