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계획에 맞춰 개혁을 단행하려는 대통령에게 가치관이 다른 거대 야당만큼 눈엣가시는 없을 것이다. 진보적 어젠다(의제)를 전면에 내걸고 재임 2기에 들어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년 8개월 가량 남은 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하는데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정 운영도 공화당과 적당히 타협하기 보다,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개혁과제를 집중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하원과 시퀘스터(연방예산 자동삭감) 연기 협상에 실패한 직후 "나는 의회가 바른 일을 하도록 강제할 능력이 없다"며 "그러나 국민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중반 치르는 의원선거)에서 미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시퀘스터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공화당은 증세를 거부하고 메디케어(노인 무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증세와 복지 문제에 있어 양당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낸 것으로 오바마는 예산감축이라는 재앙을 감수하고도 공화당과 타협하지 않았다. 공화당 측에서는 "오바마가 협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스티브 이스라엘 민주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바마가 알고 있다"며 "그러한 작업은 지금 시작돼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WP는 "오바마가 국민에게 인기 있는 정책조차 거부하는 공화당에 악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후 총기 규제, 이민법 개정(불법체류자 시민권 획득방안 등 포함), 최저임금 인상, 기후변화 대응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복안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는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 같은 진보적 어젠다를 집권 2기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중간선거에 중점을 둔 오바마의 태도는 집권 1기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체득한 것이다. 민주당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패배, 하원 다수당 자리를 공화당에 내줬고(상원에서는 다수당 유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바마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오바마도 의회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서 각종 개혁 법안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선거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오바마는 내년 선거를 위해 8개 기금 마련을 시작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오바마가 관여한 선거기금은 2개뿐이었다. 그러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재임 1933~1945년)이후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 유일했을 정도로 집권당의 의회선거 승리는 쉽지 않아서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칼럼니스트 존 아블론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현재는 시퀘스터 문제로 공화당을 비난하는 여론이 많지만 경제 위축과 혼란이 계속되면 결국 대통령을 비난할 것"이라며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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