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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줘라" 법원명령에도 74%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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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줘라" 법원명령에도 74% 못받아

입력
2013.03.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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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다섯 살짜리 딸을 혼자 키우는 김모(33)씨는 2011년 아이 아빠인 A씨를 상대로 양육비 이행 확보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7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로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현재까지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0원. 법원의 이행명령은 소용 없었다. A씨가 '내가 일을 안 하면 어차피 너는 양육비를 못 받게 돼있다'며 배짱을 부렸던 것. 김씨는 "상대방(아이 아빠)이 직업이 없거나 잠적해 버리면 받을 방법이 없다"며 "1년 반 넘게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전체 가구의 9.3%, 유자녀 가구의 18.4%(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나 되지만 김씨 같은 한부모가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받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07~2010년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으로 지급 판결을 받은 대상자 483명 중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26.3%에 불과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의도적으로 주지 않는 경우 46.2% ▦연락 두절 20.1% ▦전 배우자의 협박 등으로 포기 4.1%인 반면 전 배우자의 경제적 무능으로 인한 경우는 19.5%였다. 경제적 능력이 있어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강력한 양육비 이행확보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는 비양육부모가 제재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선진국은 (전 배우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이행지원기관을 만들어 양육비를 대신 징수한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개인간 문제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아동지원기관을 설치해 아이 아빠의 재산 조회, 압류권 행사를 통해 양육비를 징수하고 있으며 영국도 별도 기구에 급여공제명령, 구금과 운전면허 취소 등 압박 수단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법, 가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이혼 시 양육비 부담조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양육비 이행지원 법률구조단을 운영하는 등 제도가 강화됐으나 여전히 한계가 많다. 그러는 사이 아이를 맡은 한부모는 양육과 경제적 빈곤의 이중고를 겪는다. 한부모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자가구의 빈곤율은 양부모가구의 3~5배(2010년 가계동향조사)에 이를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양육비 채권추심 및 출국금지, 운전면허 제한 등 (양육비 이행을 위한) 강제수단을 행사하는 별도 지원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양육비가 지급되면 복지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어 (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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