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최고 원탁회의. 전 세계 800여개 회원사 가운데 '톱 12'통신사의 CEO들이 모여 그 해 업계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의 AT&T, 영국의 보다폰,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등 참석한 기업들의 면면만 봐도 이 회의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올해는 특별한 손님 한 명이 초대됐다. 이석채 KT 회장이다. 가입자 1억명이 넘는 거대 통신사 CEO들 사이에 1,600만명에 불과한 국내 2위 이동통신사 CEO가 초청장을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유의 '가상재화(virtual goods)론'을 역설했다. 이통통신사가 통신료로 먹고 살던 시대는 끝났으며 카카오톡처럼 망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사업자들이 성장해 기존 통신사들을 위협하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통신사들이 이젠 콘텐츠와 같은 가상재화 유통시장을 만들어 직접 주도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이런 그의 주장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글로벌 통신사CEO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냈다는 후문이다.
이번 MWC를 통해 이 회장은 '확실하게 떴다'는 평가를 받는다. MWC를 주관하는 세계통신사업자연합(GSMA)에 작년 12월 이사회 멤버로 선임된 데 이어, 이번 전시기간 중엔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26일에는 MWC 공식 컨퍼런스에서 국내 통신사 CEO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까지 맡았다. 그는 '통신의 미래'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이 열리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교육격차 해소, 에너지 절감 등 수 많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외형만 커져선 곤란하며 글로벌 무대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꼭 필요하다"며 "이번 MWC는 그런 계기였다"고 평했다.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KT는 어떻게 브로드밴드를 이끌었나'라는 기사를 통해 이 회장의 경영행보를 조명하기도 했다.
MWC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 회장은 오는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모바일아시아엑스포(MAE)'에도 참석, 통신외교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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