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의 극적 타결 기대를 낳았던 어제 청와대 회동이 불발했다. 야당이 구체적 성과 없는 청와대 회동을 꺼리는 가운데, 예정된 회동 시간을 앞둔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이 마땅한 접점에 이르지 못한 결과다. 아직 여야 협상 통로는 열려 있지만 임시국회 폐회를 목전에 두고도 최종 합의 전망이 불투명해 정부의 정상 출범이 한결 늦춰지리란 우려가 커졌다.
어제 여야협상에서 야당은 논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이전 문제는 따로 떼어 미뤄두고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부터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여당은 오래된 제안이라고 미지근한 반응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여야는 핵심 쟁점인 유선방송(CATV)과 인터넷방송(IPTV) 등 비보도 방송 관련 업무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여부를 둘러싼 원칙론적 논쟁만 거듭했다.
우리는 여야가 청와대 회동 불발 과정을 꼼꼼히 되짚지 못하는 한 이 문제의 적절한 해법은 찾기 어렵다고 본다. 우선은 윤창중 대변인의 발표로 확인된 청와대 회동의 추진이 지나치게 급박하게 이뤄졌다. 윤 대변인 발표 직전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가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알렸다고는 하나 수락 여부 확정 이전에 발표해버려 결과적으로 야당에 떠안기는 모양이 됐다. 청와대가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에서는 제3자임을 잊은 정치적 비례(非禮)다. 한편으로 청와대 회동이 물밑 조정을 거친 형식적 결과 발표의 장이 아니라,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함께 타협안을 모색하는 수단에 가깝다는 점에서는 야당이 보인 소극적 반응도 아쉬움을 낳는다. 청와대와 여야 할 것 없이 여전히 국민 중심의 '통 큰 정치'에 나설 준비가 미흡했음을 일깨운다.
어제 회동 불발로 야당에 아무런 명분을 주지 않고는 양보를 얻어낼 수 없음이 한결 분명해졌다. 청와대의 최소 양보가 문제 해결의 관건으로 떠오른 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불가결하다. 우선은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문제된 기능 일부를 방송위에 남겨 정부개편을 매듭하고, 추후 법개정으로 애초의 구상을 실현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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