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는 결국 '인재(人災)'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어제 발표한 특별감독 결과에서 무려 1,943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이 드러났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6개 생산라인 중 4개에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에 중화기능이 있는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1월 사고 때 작업을 하던 박모씨가 숨진 곳이기도 하다. 방독마스크와 정화통 등 보호구의 지급과 사용도 소홀히 했다. 유해ㆍ위험시설을 맡긴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도 부실해 근로자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7일 민관합동조사단은 초기 사고 발생시 누출경보장치가 작동되지 않았고, 사고현장에 투입된 작업자의 부품교체요구가 무시됐으며,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8분 동안 작업을 했고,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등 사고에 늑장대처 한 사실을 확인했다. 두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총체적 안전불감증과 위기의식의 부족으로 예견된 사고였다.
삼성전자는 어제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맞춰 대표이사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지적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의 80%는 점검기간 중에 이미 개선했고, 남은 것도 최대한 빠르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반성의 의미로 각종 우대혜택을 받는 녹색기업인증 신청까지 철회했다.
뒤늦게나마 삼성전자가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사업장의 환경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일류기업이다. 제품만 아니라, 작업환경과 안전도 이름에 걸맞아야 한다.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근로자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어야 한다.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에서의 불산 누출사고가 말해주듯 안전을 무시하면 어디에서든 돌이킬 수 없는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다. 기업들의 경각심과 당국의 철저한 감시ㆍ감독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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