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인 시오니즘을 반인도 범죄와 동일시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터키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일 수도 앙카라에서 아흐메드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을 거론하며 “우리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 후 에르도안 총리를 만났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달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 콘퍼런스에서 “시오니즘, 반 유대주의, 파시즘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공포증도 반인도 범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시오니즘을 반인도 범죄와 같은 선상에 놨다. 시오니즘이란 고대 예루살렘 시온산이 있는 팔레스타인에 유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유대민족주의 운동이다.
에르도안 총리의 주장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허위에 찬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콘퍼런스를 주관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발언을 비판했으며 백악관은 “시오니즘을 반인도 범죄로 정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외신들은 케리 장관이 당초 터키와 시리아 내전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에르도안 총리 발언으로 긴장된 터키와 이스라엘의 관계 조정이 급선무가 됐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와 이스라엘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관계는 2010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터키 구호선박을 공격해 터키인 9명이 죽은 이후 경색됐다. 다부토글루 장관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터키로부터 긍정적인 발언을 듣고 싶다면 자국의 태도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케리 장관의 비판에 동조하지 않은 채 “터키 관료 중 누구도 이스라엘에 적대적이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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