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내정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분분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장관을 포함한 안보라인 전체가 육사 출신의 전 육군 수뇌부 일색으로 구성된 데 따른 권력집중 및 정책과 인식의 획일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일정부분 공감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볼만한 대목은 적지 않다. 남 내정자가 비교적 정치색에 물들지 않은 원칙형 안보ㆍ국방 전문가라는 점에서 앞으로 국가안전보장의 본연 기능에 충실하도록 국정원의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해볼 만하다.
사실 새 정부 핵심개혁 대상인 검찰 못지않게, 국정원 역시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해있다. 당장 최근 대선 국면에서의 불법선거개입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거니와, 사후 처리과정에서도 쓸데없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 시민사회를 감시ㆍ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했고, 재작년 인도네시아 사절단의 호텔방 침입 사건과 미 CIA 국장 비밀면담 노출 등 국가정보기관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서툰 행태로 여러 차례 걱정을 샀다. 핵과 미사일 등 중요 사안마다 대북정보의 허술함을 노정시키기도 했다. 한 마디로 국정원은 미흡한 정보력과 여전한 정치적 편향 의혹, 아마추어리즘 등으로 인해 국가안보의 중추기관으로서 든든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이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정원이 보여준 모습으로는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오직 국가안보를 위해 방첩업무과 대공정보, 그리고 해외정보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국정원의 기능과 역할을 개편해야 하고,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치정보 수집이나 비리 수사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치바람에서 자유로운 내부인사의 공정성 확보와 전문성 제고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청문절차를 지켜볼 일이나, 누가 되든 신임 국정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정원을 신뢰받는 안보의 중추기관으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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