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위원회(전국정협 또는 정협) 제12기 제1차 회의가 3일 개막했다. 5일에는 제12기 중화인민공화국전국대표대회(전국인대 또는 전인대)가 시작된다. 이번 양회(정협과 전인대)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국가 주석에,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국무원 총리에 오른다. 중국이 ‘시진핑-리커창’ 시대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10년 대장정의 첫걸음을 뗐다.
중국 국정 최고 자문 기구로 공산당을 비롯해 각 정당과 사회단체, 소수민족 대표 등 2,237명으로 구성된 정협 12기 1차 회의 개막식이 3일 오후 3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위정성(兪正聲)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정협 주석단 대표로 개막을 선포했고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이 그 동안의 성과에 대한 마지막 보고를 했다. 두칭린(杜靑林) 정협 부주석이 대회 비서장을 맡았고 지난해 아들의 ‘페라리 사고’로 좌천이 예상됐던 링지화(令計劃) 당 통일전선부장은 10명의 정협 주석단 상무주석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협 폐막 전날인 11일 투표로 선출될 새 정협 주석엔 위 상무위원이 확실시된다.
명목상 최고 국가 권력 기관으로 각 성·자치구·직할시와 홍콩·마카오 특별행정구, 인민해방군 등에서 선출된 2,987명의 대표가 참석하는 전인대는 5일 개막해 행정기관인 국무원과 사법기관인 최고인민법원ㆍ최고인민검찰원의 업무 보고를 받는다. 전인대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후임자를 비롯해 정부 부처의 새 사령탑이 발표되고 정부 조직 개편 등도 이뤄진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새 지도부의 진용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에서 당 지도부를 일신했다. 당이 국가 위에 있는 중국에선 당 대회를 통해 실질적 최고 권력 기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정해졌다. 당 지도부 개편에 맞춰 이번 양회에선 국가 기구와 부처 사령탑의 지도부가 새로 구성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사실상 국가 기구 사령탑을 겸하는 만큼 결국 당 중앙의 누가 어느 자리를 맡을지가 관심사다. 장더장(張德江) 부총리가 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상무위원이 정협 주석,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이 상무 부총리를 맡을 것이란 게 언론의 예상이다. 국가 부주석 자리엔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정치국 위원이 거론된다.
기구 개혁도 관전 포인트다. 개혁개방 이후 모두 여섯 차례 정부 조직을 바꾼 중국은 이번 개편안을 통해 국가해양국을 부로 승격시키고 철도부를 교통운수부에 합치며 식품안전부를 신설하는 등의 대부제(大部制) 개혁을 심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얼마로 잡느냐도 지켜봐야 한다. 중국은 지난해 양회에서 7.5%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한 뒤 실제로 7.8%의 성장을 기록했다. 양회에선 이밖에 ▦반부패 대책 ▦잿빛 독성 스모그와 각종 수질오염 등에 대한 생태 환경 보호 정책 ▦공평과 정의의 문제 ▦양로와 의료 등의 공공 서비스 ▦도시화와 2억6,000만명을 넘은 농민공의 처우 문제 ▦국방력과 외교 노선 등을 논의하며 이를 통해 ‘시진핑-리커창 시대’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회와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공식 출범을 맞아 인터넷과 웨이보(微博ㆍ중국의 트위터)에서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제안과 건의가 이미 4만건을 돌파했으며 ‘웨이보 양회’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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