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자신의 부모를 무시한다며 할아버지 생일모임에 참석한 친척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3일 0시10분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김모(44)씨 집에서 김씨의 조카 김모(19)군이 거실과 방에서 잠자고 있던 친척 8명을 흉기로 마구 찔렀다. 김씨는 목 등을 찔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으며, 김군의 할아버지 할머니 숙모 등 7명이 부상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 집에는 12명이 잠자고 있었으나 다른 방에 있던 김군의 큰고모부와 사촌 3명은 화를 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아버지(47)와 함께 김씨 집에서 열린 김씨 집들이 겸 할아버지 생일잔치에 참석한 뒤 오후 11시쯤 집으로 돌아왔다가 모임에 가지 않은 어머니(42)와 아버지의 말다툼을 목격했다. 김군은 아버지가 "맏며느리가 중요한 가족모임에 빠져서 되느냐"고 하자 어머니가 "가서 좋은 소리 들을 일도 없다"고 답하는 것을 듣고 친척들이 가난 등을 이유로 자신의 부모를 무시한다고 생각, 등산용 칼 등을 들고 1시간쯤 후 김씨 집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10분쯤 걸어서 김씨 집에 도착한 뒤 담을 넘어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김군은 범행 후 인근 파출소에 자수했다. 김군은 경찰에서 "친척들이 노골적으로 부모를 무시하는 데 참을 수가 없었다"며 "처음부터 죽이고 싶은 생각까진 없었는데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전문계 고교를 졸업한 김군은 지난해 여름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서 등산용 칼 3자루와 수갑, 도끼 2자루 등을 구입해 보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군은 평소 소극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간혹 어머니에게 화를 낸 적은 있지만 친척들에게 항의하거나 화를 낸 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군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살인 및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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