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대 일본 메시지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한일관계의 성격을 '미래의 동반자'가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한 것은 아픈 과거를 치유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점을 보다 강도 높은 어조로 밝힌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3ㆍ1절 기념사에서 "역사의 진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실용의 자세를 강조한 것과는 대비된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박 대통령이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인식 등에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함께 내세운 것은 양국 정서를 고려해 일본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라며 "정부의 대일관계 기조도 충돌 국면을 막기 위한 안정적 상황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기념사를 통해 과거사와 관련한 반성 촉구를 주문했지만 아베 신조 정부가 당장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긴 무리다. 위안부 문제는 1년이 넘도록 공전하는데다 최근에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사실상 정부 행사로 격상돼 치러지면서 일본의 우경화 경향이 노골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3월 말 교과서 검정에 이어 4월과 8월 외교청서와 방위백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대일외교를 제약하는 암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양국 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그리 쉽게 마련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5월로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과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마련될 가능성은 있다.
새로 출범한 양국의 정상들이 만나 경제협력 등을 바탕으로 보다 진전된 메시지를 도출할 경우 의외로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경색국면을 벗어날 수도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에도 양국 관계가 급경색한 상태였지만 이 전 대통령이 방일을 통해 실용외교 노선을 강조하면서 셔틀외교를 복원해 임기 중반까지는 양국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또 아베 내각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장기집권의 기틀을 갖추기 때문에 굳이 한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는 정치적 제스처를 이어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되 단기정책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교 50주년을 맞는 2015년을 계기로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일제 식민지 지배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그 중 하나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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