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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코리안페이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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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코리안페이 두얼굴

입력
2013.03.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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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식당에 가도 종업원들이 계산서 놓는 자리는 대충 정해져 있다. 나이든 사람 앞, 남자 앞이다. 그게 엉뚱하게 내 앞에 자주 놓인대도 종업원에게 짜증낼 일은 아니다. 겉늙은 내 외모 탓이고, 우리 관습이 그런 탓이니까. 한 사람이 비용을 몰아내는 그 관습을, 각자의 몫만큼 따로 내는 더치페이에 맞세워 '코리안페이'라 부르기로 하자.

서구문화가 확산되면서 코리안페이에 대한 반성과 비판도 이어져왔다. 그게 벌써 40여 년 전부터다. 그 사이 저 관습도 가치관과 함께 조금씩 변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아니 현실은, 아직 멀었다는 쪽이 우세한 듯하다.

결혼정보업체 같은 데서 툭하면 내놓는 설문조사가 있다. '데이트 비용, 어떻게 부담하세요?' 질문은 가볍지만 파장은 늘 험악하다. 소개팅 나갔다가 밥값으로 몇십만원을 뜯겼다는 식의 엽기적 경험담들이 인터넷 상에서 공유되고, 김치녀 스시녀 찌질남 거지근성 같은 말들이 짱돌처럼 난무한다. 불똥은 시댁문제 군복무 출산 고통으로까지 튀어 숫제 억눌린 청춘들의 증오의 성(性)대결장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불합리와 부작용에 대한 숱한 반성과 비판에도, 허망하게 반복되는 저 푸닥거리에도, 코리안페이가 건재한 까닭은 뭘까. 우선 단순히 관성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적 베풂의 긍정성, 정(情)적인 유대와 조직문화…, 그리고 서구의 삭막한 합리에 맞서려는 선량한 저항감. 그렇다. 코리안페이는 남자를 벗겨먹으려는 소수의 된장녀나 푼돈으로 마음을 사려는 찌질남들이 아니라, 관습과 정에 이끌려 사심없이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다수의 우리 자신들이 지탱해온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코리안페이의 문제점을 다시 들춰보기로 했다. '늙으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을 가볍게 해도 괜찮은 세상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그럴싸한 여러 근거들을 댈 수 있고 일부는 기사에 담기도 했지만, 한 마디로 너나없이 사는 게 더 팍팍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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