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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하면 된다 하면 된다? '해도 안 된다' 생각든다면…

입력
2013.03.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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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자의 감성 담긴 심리에세이무기력증 자기 진단 방법과저명한 학자들의 다양한 치료법 소개

소개팅에 나가 애프터 신청을 받지 못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누구나 애프터를 못 받을 수 있다. 왜 내가 하는 일은 다 이 모양일까? 후자라면 당신은 이미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무기력은 '하고 싶으나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양육과정이나 성격, 실패한 경험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습이 된다. 귀찮아서 행동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불능의 상황이다.

이 책은 인지과학자인 저자가 사람들이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 극복 방법을 과학적, 감성적으로 접근해 풀이한 심리에세이다. 10년 넘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무기력 상태에 빠진 저자의 경험은 물론 주변의 생생한 체험, 학자들의 각종 실험 사례들을 담고 있다.

무기력의 증상은 주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겉으로는 활기차 보여 마음의 병을 짐작할 수 없는 은밀한 경우도 있다. 신기록을 목표로 하는 수영선수가 갑자기 골프에 광적으로 빠지는 경우가 그렇다. 1659년 페툰 인디언들은 오랜 적 이로쿠오스족의 침략으로 자신의 부족이 몰살당한 것을 보고 충격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급성 무기력증에 빠졌다.

직장상사나 부모의 강압적 태도, 과중한 등록금과 생활비 부담 등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지속될 때 사람은 무기력증에 빠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하면 된다'가 '해도 안 되더라'로 바뀌는 좌절을 겪으면서 무기력을 학습한다.

이처럼 무기력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도망갈 길이 전혀 없는 물이 든 큰 통에 들쥐를 넣으면 평균 60시간을 헤엄치다 익사한다. 하지만 단 몇 분 만에 죽는 쥐가 있었다. 빨리 죽은 쥐들은 물통에 들어가기 전 사람에게 꽉 잡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통제 불가능한 무기력을 경험하면 그만큼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저자는 무기력은 방치해서는 결코 없어지지 않으며, 정신 수준을 한 단계 높이 끌어 올려야만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신진화 전문가인 미국의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17단계에 걸친 의식 향상 과정(수치심-죄의식-무기력-슬픔-두려움-욕망-분노-자존심-용기-중용-자발성-포용-이성-사랑-기쁨-평화-깨달음) 분석에 따르면 무기력은 슬픔보다 더 낮은 수준의 정신 상태다.

저자에 따르면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찾기다. 회사에 가기 싫다는 사소하고 흔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원인을 찾고 다시 일의 의미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인간을 움직이는 네 개의 엔진인 인지, 동기, 정서, 행동의 사이클로 통합적인 마음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혹시 무기력 상태는 아닌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자가진단표와 함께 저명한 심리학자들이 고안한 다양한 인지전환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에게 요긴할 뿐 아니라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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