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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역경 헤치며 부르는 그녀들의 삼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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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역경 헤치며 부르는 그녀들의 삼중주

입력
2013.03.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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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는 여덟 살에 부유하고 화려한 세네갈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다. 미용사로 일하는 프랑스인 엄마와 언니, 노라만을 남겨둔 채 아름다운 다섯 살의 남동생만을 납치하듯 데리고 떠난 아버지. 남겨진 이들의 삶은 얼마간 망가졌다. '어머니는 쾌활함을 가장했지만 그건 특이한 형태의 절망'이었고, 언니는 종교에 맹신적으로 빠져들었다. 노라만 맨주먹으로 일어서 변호사가 되었을 뿐. 30년이 지난 어느 날 노라는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힌 남동생을 변호해달라는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세네갈로 떠난다. 유년기 이후 아버지에 속박된 자신의 내면을 해방시키는 고요하고도 강인한 여정의 시작이다.

서영은의 를 떠올리게 하는 은 침묵과 내면의 힘으로 자기 앞의 모멸을 견뎌내는 강인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대위법적으로 구성한 장편소설이다. 노라와 노라의 아버지 집에서 하녀로 일했던 아프리카 여성 카디, 카디의 친척 판타가 주인공. 각각 독립된 세 편의 중ㆍ단편처럼 읽힐 법도 한 세 여자 이야기는 스쳐가는 듯한 주인공들끼리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진다. 흡사 교향곡의 악장들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은 어떤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을 단련하는 여성들의 자기존엄이라는 주제를 반복한다.

유럽으로 불법이민을 시도하다가 창녀로, 거지로 전락하고 마는 카디는 온갖 비참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세상 사물들의 질서정연한 체계에 불가결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심지어 '그토록 용감하게 온갖 위험을 헤쳐나가는, 오로지 인간이라는 조건 자체에서 오는 희열'마저 느낀다.

소설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판타 이야기에서 변주를 시도한다. 노라와 카디가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과 달리, 판타는 소설의 화자인 남편 뤼디의 서술을 통해서 주로 짐작될 뿐이다. 야망 넘치는 문학 교사에서 무기력한 주방설비 판매원으로 전락한 남편과의 생활은 사막처럼 버석거리고, 한때 남편의 직장 상사와 외도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 남자에게 다시 돌아가라'는 폭언을 내뱉은 후 아내가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남편의 길고도 잔인한 하루를 그린 이야기에서 아내 판타의 모습은 짧은 전화통화와 옆집 부인의 창에 비친 한 장의 사진 같은 모습으로만 드러난다. '월계수에서 돋아난 신비로운 가지나 새 잎처럼 비현실적으로… 입가엔 조용하고 넉넉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는 모습.'(301쪽) 삶조차도 그녀를 흔들지 못한다.

세네갈계 프랑스인인 작가는 2001년 로 페미나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9년 이 소설로 공쿠르상까지 거머쥐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그는 프랑스 문학사상 두 상을 석권한 유일한 작가이자 파리의 국립극장 코메디 프랑세즈에 레퍼토리를 올린 생존하는 유일한 여성작가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호명도 그의 아름다운 문체보다 더 매력적이지는 않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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