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리얼리즘 시인으로 불리는 하종오(59)씨가 두 권의 시집을 동시에 내놨다. 와 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분단현실에 천착해온 전작들의 연장선 상에 있는 시집들이다.
에서 시인은 통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고구마순을 심는 밭과 봄날의 목욕탕 같은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때 삶은 남쪽만이 아니라 북쪽에도 수평적으로 병렬해 존재한다. ‘개풍 사는 누군가를 내가 상상하는 아침은/ 강화 사는 나를 누군가도 상상할 아침’(‘먼동’)과 같은 식으로 병치되는 남과 북의 삶. 이 두 개의 평행구조는 시인의 노련한 혀끝에서 마침내 마술적 리얼리즘의 시적 언어로 난분분 흩날린다.
‘월북한 문학가들의 후일담이 몹시 궁금한’(‘다락방’) 시인은 104세의 임화씨, 108세의 이태준씨, 104세의 오장환씨 같은 가상의 생존인물들을 상상해 내기도 한다. 임화는 ‘꿈꾸던 나라가 아니라고 부정한 말이 죄가 되어/ 꿈꾸던 나라엔 없을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고(‘장삼이사’), 이태준은 ‘자신이 원했던 새 세상과 다르다며 먼산바라기 하고/ 새 세상을 생각하지 않고 붓 꺾은 지 오래된다는 뜬소문이 돈다.’(‘뜬소문’) 시인은 ‘권력자가 단 한 사람의 문학가라도 처형했다면 그날부터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도 국경이 지켜지고 있다.
은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초래한 분단의 모순을 탈분단의 상상력으로 살핀다. 남북 주민뿐 아니라, 세계 각국 주민들까지 분단을 겪도록 내모는 자본주의. 북조선 말씨 때문에 욕을 듣는 인도인, 남한으로 취직해 온 조선족, 쿠웨이트로 돈 벌러 떠난 북한인, 이들 모두가 얽히고 설켜 분단이라는 세계의 시계를 돌린다. 이렇게 분단은 도처에 편재해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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