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엔 오직 1라운드 전승뿐이다."
류중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이 1라운드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류 감독은 "(그 동안 줄곧 라이벌 관계를 유지한) 일본, 쿠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본선 1라운드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네덜란드, 호주, 대만을 모두 꺾고 3전승을 거두겠다"고 1일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달 19일부터 9구단 NC를 비롯해 대만 군인올스타, 대만 실업팀 올스타와 총 6차례 평가전을 가졌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다소 기세가 꺾인 상태다. NC와는 2승2패를 기록했고, 대만 군인올스타엔 0-1 영봉패, 실업팀 올스타와는 2-2로 비겼다.
마운드 보다는 믿었던 타선이 문제였다. 6경기 동안 투수들이 내준 자책점은 단 5점. 평균자책점은 0.83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이승엽(삼성)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 등이 포진한 타선은 6경기에서 13점을 뽑는 데 그쳤다. 경기 당 평균 득점이 2점이 조금 넘는 수치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점수가 나지 않으니 이길 수 없는 노릇이다.
류 감독도 "타선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모든 타자들이 변화구를 잘 칠 수는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용규(KIA)와 정근우(SK)가 많이 출루해 중심 타선에 찬스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도 있었다. 본 무대에서는 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다면 작전 야구로 승리를 챙길 계획이다. 류 감독은 평가전 내내 작전을 지시하지 않았다. 희생 번트, 치고 달리기 등 1점을 얻기 위한 사인을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투수의 공을 많이 보면서 실전 감각을 키우라고 배려했다. 타자들이 빠른 공과 변화구에 적응하는 게 경기 승패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든 시기다. 그 동안 시즌(4월)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3월부터 상대 투수의 공을 정확히 치기는 힘들다"면서 "본선에서는 적극적인 사인으로 1점이라도 '짜내기' 위한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는 힘이 좋고, 호주는 복병이다. 대만은 서로를 잘 아는 팀"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객관적으로 우리가 앞선다고 하지만 단기전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베이징올림픽 때도 중국을 겨우 이겼지 않느냐"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류 감독은 이어 "일본, 쿠바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1라운드 전승이 먼저다"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원하는 성적을 거두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타이중(대만)=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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