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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

입력
2013.03.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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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임순례 감독의 코믹풍자영화 에서 운동권 출신인 최해갑은 무정부주의자다. 모든 법과 제도를 거부한다. 세금, 국민연금, 교육은 국민의 의무라고 하자 이렇게 말한다. "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라고. 그럼 오늘부터 국민 안 해.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국국민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라고. 그 국민과 의무가 싫어 가족을 끌고 남쪽 외딴섬으로 튀지만, 그곳에도 대한민국 국민은 있고, 경찰도 있다.

■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 특히 국가의 공권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는 그에게 애국심이 있을 리 없다. 그에게 애국심은 국가가 체제유지를 위해 국민을 세뇌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올림픽에서 한국경기를 중계하는 TV를 꺼버리는 그에게 사람들이 "넌 애국심도 없느냐"고 화를 내자 "지랄하네. 뭔 놈의 애국심이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냐"고 비웃는다. 국가 대결을 과장한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열광을 애국심으로 과대포장 말라는 것이다.

■ 애국심은 르네상스 이후 민족국가에서 본격 출현했다. 통치자들이 정치적 목적, 즉 국민의 충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애국심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와 교육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는 지나치게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최해갑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다. 20세기에는 애국심이 극단적 국수주의와 결합해 나치즘, 파시즘, 군국주의를 낳기도 했다. 애국심이 때론 통치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강요로 비춰지는 이유다.

■ 우습게도 유독 대통령선거 때면 '남쪽으로 튀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대통령인 나라는 사랑하지도, 그곳에서는 살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애국심을 국가공동체가 아닌 정권을 향한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다. 3.1독립운동처럼 비장하고,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해갑은 비웃었지만 비록 4년에 한번 올림픽,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승리를 응원하는 것도 애국심이다. 오늘부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가 시작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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