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예산을 자동 삭감하는 '시퀘스터' 사태가 1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시퀘스터의 현실화로 9월까지 850억달러의 예산이 축소되며 이를 포함해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이 삭감된다.
민주당은 이날 상원에서 850억달러 삭감을 막기 위한 대체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결 직후 낸 성명에서 "공화당이 시퀘스터를 선택했다"며 "재정적자 감축의 부담을 중산층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의회와 대통령이 통치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며 "양측은 시퀘스터 현실화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백악관과 공화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미 의회예산국은 시퀘스터로 인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내려가고 일자리 75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산 삭감액의 절반 수준인 430억달러가 축소되는 국방부는 군 훈련과 지원의 축소가 불가피해 전력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연방공무원의 축소 운영에 따른 업무 차질도 예상된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국제선 항공 이용객이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4, 5시간씩 일상적으로 대기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시퀘스터의 발효로 미국 경제가 당장 파국을 맞거나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는 것은 아니다. 타협 가능성이 열려 있고 시퀘스터의 영향도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 및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는 1일에도 백악관에서 긴급 회동, 시퀘스터 대책을 논의했다. 의회전문지 힐은 "4월 전에 타협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퀘스터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방부는 시퀘스터가 주한미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한미간 예정된 훈련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뜻을 한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가 주한미군 군수 지원,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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