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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이슬람 발흥 등 지중해사 '술술' … 로마 몰락부터 근대 여명까지 중세사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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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이슬람 발흥 등 지중해사 '술술' … 로마 몰락부터 근대 여명까지 중세사 '생생'

입력
2013.03.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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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었거나 매력을 느끼던 사람이라면 놓치기 힘든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영국의 지중해사가인 데이비드 아불라피아가 쓴 와 독일 중세사학자 페르디난트 자입트의 이다.

아불라피아의 책은 지중해사의 대가인 프랑스의 페르낭 브로델을 다분히 의식하고 쓴 책이다.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 포로수용소에 갇혀 기억만으로 편집한 에서부터 브로델은 특정 시대를 고찰해 지중해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추출해내는 역사 서술을 따랐다. 하지만 아불라피아는 자신의 방식은 시대에 따른 지중해의 변화에 주안점을 두는 수직적 역사 서술이며 브로델의 방식을 지양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프로급 역사 애호가나 연구자들이 관심 둘 이런 서술 방식의 차이를 몰라도 책을 읽는 데는 물론 어려움이 없다. 기원전 2만2,000년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액체대륙'이라고 부르는 지중해와 섬, 항구도시들의 격동하는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 카르타고와 로마의 대해전, 이슬람의 흥기, 지중해에 펼쳐지는 현대의 관광물결까지 거대한 지중해 역사가 속도감 있으면서도 흥미롭게 그려져 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지명과 인물들 때문에 다소 현란함을 느낄 만도 하지만 전체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박진감 있게 끌고 가는 저자의 필력은 감탄할만하다. 그 문장들을 우리말로 술술 읽도록 옮겨낸 번역도 발군이다.

자이트의 필력도 아불라피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로마제국 몰락부터 근대 유럽 국가 등장까지 1,000년간의 중세 사회를 교황과 황제, 영주와 농노의 갈등이나 공존을 뼈대로 엮어냈다. 정치적이고 구조적인 갈등이나 화해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마녀, 걸인 등 주변부 인물들의 삶과 문화를 재조명하는 세심함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나침반, 화약, 인쇄술 등 다양한 발명품이 등장하고 의회 등 새로운 정치적인 장치들이 생겨나는 12세기에 이미 근대로의 이행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중세와 근대 사이는 단절이라는 이미지가 두드러지지만 실은 연속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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