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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한눈에… 책장 덮어도 여운남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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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한눈에… 책장 덮어도 여운남게 만들죠"

입력
2013.03.0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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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 소설이 유행한 데는 가볍고 산뜻한 내용과 함께 아기자기한 표지 디자인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작가의 사진이나 타이포그라피로 멋을 내는 게 고작인, 책 껍데기로만 여겨지던 북디자인이 최근 몇 년 새 몰라보게 진화했다. 특히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장르 소설 분야는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그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장르 소설계에서 알아주는 북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박진범(39)씨를 서교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명 '관' 시리즈로 불리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본격 추리소설 시리즈 등이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책은 피가 튀기는데 표지는 여성독자들도 사서 볼 수 있게 보기 좋고 좀 유하게 해달라고 주문해요. 일단 팔아야 되니까 출판사 입장도 이해는 가는데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죠." 그는 다른 장르보다 문학 쪽에는 특히 "책을 다 읽고 덮었는데 '아 이게 그 의미였구나'하고 여운이 남는, 짤막한 인트로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에서 받았던 감동이 새록 다시 느껴지는" 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자인 공중정원'이라 명명한 그의 사무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했다. "낸 책 중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만 갖다 놓았다"는데도 그랬다. 지금껏 그가 디자인 해 세상에 내놓은 책만 1,000여종쯤 된다. 2002년 문이당에서 출발했으며, 7년 가까이 문학동네에서 일했다. 황석영의 이나 미야베 미유키의 등 히트작을 만들며 보람도 있었지만 2010년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쳐보고자 사무실을 차리고 프리랜서로 나섰다.

북디자이너 1호 정병규씨와 안상수씨 등 80년대 활동했던 이들을 1세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필민, 민진규 등 2세대로 부른다. 3세대로 분류되는 박씨는 "3세대 그룹이 선배들 보다 더 과감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2세대 디자이너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책 날개에 디자이너 이름이 들어가는 걸 보고 '디자인 세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독립한 이후에만 400권 정도 책을 냈는데, 특히 장르 문학 쪽 작업이 즐거워요. 제가 강한 이미지를 좋아하는데, 한 출판사 편집자분이 그러더군요. 제가 나타나면서 시장이 자꾸 강한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고.(웃음)"

한스미디어의 를 비롯해 장르 소설들을 내 온 그에게 가장 만족감이 큰 작업이 뭐냐고 묻자 씨엘북스가 발행한 일본 작가 혼다 데쓰야의 형사 시리즈 2권인 라는 답이 돌아왔다. 피 묻은 손이 표지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 섬뜩하지만 가장 애착이 간다고. "언뜻 보면 무섭죠. 하지만 사실은 그 손은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부정(父情)을 뜻하거든요. 출판사 사장님이 OK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순전히 사장님과 디자이너의 오기로 낸 책인데, 너무 무서워서 그런지 책은 잘 안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장르문학 장르에 이런 시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스케치를 하고 소스를 구해 그래픽으로 하나하나 합성하는 작업 과정은 오롯한 하나의 창작물이다. 많을 땐 스물 몇가지 요소를 합성한다는 그는 "티 안나 게 자연스럽게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쇄 후 구멍을 뚫거나 무광 유광 코팅을 하거나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에폭시 작업 등 후가공이 많아진 게 요즘 추세이지만, 너무 화려하기보다는 책의 느낌에 맞는 정도로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한달 에 한번은 서점에 꼭 나가요. 장르문학 매대에 가서 여기서는 내 책이 제일 많구나 뿌듯한 마음을 느끼기도 하죠(웃음). 그냥 예쁜 표지가 아닌 책의 구성으로서 북디자인이 인정 받도록 더 노력해야죠."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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