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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여자바둑 삼국지 '10대들 파죽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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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여자바둑 삼국지 '10대들 파죽지세'

입력
2013.03.0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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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 간 세계 바둑계에 신예 돌풍이 거세더니 여자바둑계가 드디어 10대 소녀 전성시대가 됐다.

지난 달 20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장쑤성 장옌시 친후리조트에서 벌어진 제3회 항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1라운드 경기서 한국이 4승2패를 거둬 중국(3승2패)과 일본(3패)을 제치고 한 발 앞서 나갔다. 올해 황룡사쌍등배서는 특히 한국의 김채영(17)과 중국의 위즈잉(16), 두 10대 소녀 전사가 각각 4연승과 3연승을 거두며 맹활약을 펼쳐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한국의 첫 번째 선수로 출전한 김채영이 20일 개막전에서 중국의 선봉장 쑹룽후이(21)에 불계승을 거둔데 이어 오사와 나루미(37), 천이밍(21), 이시이 아카네(31)까지 일본과 중국 선수들을 잇달아 물리쳐 파죽의 4연승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출전선수 전원이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던 지난해의 치욕을 후련하게 되갚아준 셈이다.

그러나 곧바로 중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위즈잉이 24일 제5국에서 김채영의 연승 행진을 저지한 후 일본의 세 번째 선수 오쿠다 아야(25)와 한국의 두 번째 선수 김혜림(21)을 제치고 3연승을 거두며 1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김채영과 위즈잉, 두 선수 모두 자국 내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신예 유망주다. 1996년생으로 동갑내기 최정과 함께 박지은, 조혜연의 뒤를 이을 국내 여자 바둑계 대들보감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채영은 2011년 4월 입단하자마자 원익배 십단전 본선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여자상비군에 선발돼 조한승, 최철한, 박영훈 등 최정상급 기사들과 함께 1년 동안 열심히 훈련한 후 크게 기량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올 초 베이징서 열린 중국 신예들과의 교류전에서 7승1패를 거뒀고, 국내 여자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황룡사쌍등배와 화정차업배 두 세계대회 대표선발전을 모두 통과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중견기사 김성래 4단의 맏딸로 권갑룡-권효진에 이은 두 번째 부녀기사인데,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인 동생 다영까지 입단하면 국내 최초의 '3부녀 기사'가 탄생한다.

위즈잉은 1997년생으로 2010년 입단했다. 이듬해부터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그다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최근 기량이 급성장, 루이나이웨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돼 제3회 궁륭산병성배서 박지은을 꺾고 4강까지 올랐고, 제2회 황룡사쌍등배 최종국에서 일본의 1인자인 대만 출신 셰이민을 꺾고 중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 초 열린 한중신예교류전에서도 최정, 문도원, 김미리를 잇달아 물리치며 6승1패를 거둬 중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중일 3국에서 각각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승부를 겨뤄 한중일 여자바둑삼국지라 불리는 황룡사쌍등배는 1라운드가 끝난 현재 한국과 중국이 똑같이 3명씩 살아남았다. 한국은 세계대회서 무려 7번(단체전 포함)이나 정상에 오른 든든한 맏언니 박지은(30)과 정관장배서 8연승의 신화를 쓴 문도원(22), 실질적인 여자 랭킹 1위 최정(17)이 2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중국은 위즈잉과 지난 대회서 8연승을 거둬 중국에 우승컵을 안긴 왕천싱(21), 지난해 궁륭산병성배 우승자 리허(21)가 대기하고 있다. 양 팀 모두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여자 바둑계 최정상급 선수들이어서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일본은 노장 무카이 지아키와 최강자 셰이민 두 명이 남아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한중 우승 다툼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단 1승이라도 거둬 전패를 면할 수 있을지가 오히려 관심거리다.

이번 대회가 열린 장옌시는 청나라 때 바둑고수였던 황룡사(黃龍士)의 고향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된 황룡사연구회가 세계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등 중국에서 바둑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이다. 황룡사쌍등배 우승상금은 45만위안(8,000만원)으로 2라운드 경기는 4월 6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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