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87)는 지난해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를 치르면서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여왕 이후 처음으로 재위 60년을 넘긴 유일한 왕이 됐다. 유부녀와의 떠들썩한 스캔들로 영국인들의 눈 밖에 난 늙은 아들 찰스 황태자에게 왕위를 넘겨줄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별로 없으니, 2015년 9월까지면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도 넘어 선다.
이 책의 저자는 케네디, 클린턴 등 쟁쟁한 인물의 전기를 써 베스트셀러작가가 된 미국 저널리스트. 여왕의 전기를 쓰기 위해 여왕 주변의 인물들을 두루 만나 인터뷰하고 100여 권이 넘는 책과 미공개 자료들을 검토했다. 윈저성을 직접 돌아보고 여왕과 찰스 황태자와 몇 차례 식사하는 특별대우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은 여왕의 긍정적인 측면에 치중하긴 했지만 영국 왕실이 인정한 유일한 공식전기로 여왕이 스스로 자서전을 집필하지 않는 한 가장 실제에 근접한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정치에 간여하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포용하는 여왕의 역할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집안 건사에는 실패했다. 다이애나의 전기도 쓴 저자는 영국 왕실의 고부 갈등 원인을 이 책에 자세히 기술했다. 여왕은 '이 세상에서 가장 덜 자신에게 몰두하는 사람'이었지만 다이애나는 자신을 우선하는 기분파였다. 의전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자신에게 몰두했던 다이애나를 여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은 여왕이 빈털터리 친척이던 필립공에게 반해 고위 영국 귀족을 선호한 모친의 소망을 거스르고 결혼을 감행한 과정, 늘 강의하듯 여왕을 대하는 철의 여인 대처의 말투를 짜증스러워 했다는 주변사람들의 증언,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팽팽한 신경전 등 일화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인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영국 왕실의 엄격한 규율과 여왕의 자기 통제 덕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를 겸손의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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