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표현이 서툰 편이다. 특히 격렬한 감정일수록 그렇다. 나는 소리내어 깔깔 웃는 사람들이 부럽고, 펑펑 소리내어 우는 사람들은 조금 더 부럽다. 이렇게 감정을 삭이고 삭이다가 내 안에 근심의 우주가 생기면 어쩌지 하는 것도 명백한 근심이다. 어려서부터 잘 웃지 않는 소년이었던 나는 잘 울지도 못한다. 울지 않는 것인지 울지 못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좀처럼 울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비교적 큰 내 눈을 보면 잘 울 것 같다고 짐작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좀처럼 울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울었던 순간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며칠 전 밤에, 나는 정확히 5년 만에 펑펑 울었다. 소리 내어 펑펑 우는 소리가 서러워 좀더 울었다. 시인 이면우는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 밤에는 우는 사람의 주인공은 나였다. 나는 울음의 주연배우였다. 내가 왜 울었는지, 무엇이 슬펐는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내 속에 그렇게 많은 울음이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도 신비한 일인지는, 아침에 거울 속에서 발갛게 충혈된 눈을 보면서야 깨달았다. 5년 전에 울었던 날의 기억도 떠오른다. 그날의 날씨와 온도와 내가 입었던 옷들. 그래, 이렇게 5년마다 한 번씩만 울자. 울어서 공중으로 날아간 설움을 배웅하는 저녁을 갖자. 가급적이면 그 밤처럼 어두워진 다음에 울었으면 좋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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