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에게 희망 1순위 보임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이 최근 법원 인사 후 난초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인사 축하 난초가 넘쳐나면서 버리지도 키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난초가 서초동 법원청사를 점령하다시피 한 것은 법관 인사 후 사무분담이 완료된 지난 25일쯤부터. 대형 사건을 처리하는 주요 재판부로 보내진 난초에는 하나같이 '축 승진 서울중앙지법 000 부장님' '000 판사님 서울고법 부임을 축하합니다'라는 리본이 달려 있다. 서초동의 한 꽃집 주인은 "인사철이 되면 평소보다 5배 이상 난초 수요가 늘어난다"며 "고가 난초보다는 선물로 적당한 8만~10만원대 난초가 제일 잘 나간다"고 말했다.
판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난초를 좋아하는 이들은 판사실에 거치대를 만들고 공들여 키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후배 판사나 실무관들에게 선물하는데 사실상 떠넘기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실무관은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이번 달에 판사들에게서 받은 난초만 4개"라며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다시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축하난을 보내는 이들은 대부분 변호사들이다. 한 고위 법관의 방에는 변호사들이 보낸 난초가 13개에 달했고, 다른 부장판사의 방에도 로펌과 변호사 이름으로 8개의 난초가 도착했다. 한 판사는 "승진하거나 서울의 법원청사로 오면 학교 선후배나 과거 동료였던 변호사들이 난초를 보내는 '나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판사들도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비싼 선물도 아니라 거절하기도 애매해 주위에 떠넘기듯 '분양'한다"고 말했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맥에 기대서 수임하려는 변호사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해마다 2월의 법원은 난초가 넘쳐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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