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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이 기억하는 것은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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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이 기억하는 것은 의무"

입력
2013.02.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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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이자 시인인 이윤옥(54)씨는 강의 첫날마다 학생들에게 빈 종이를 나눠주고 퀴즈를 낸다. 주로 역사 관련 퀴즈다. 그런데 20년째 학생들이 백이면 백, 백지로 내는 문제가 있다. '유관순을 제외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적어라'는 문제다.

3·1절을 하루 앞두고 만난 이씨 입에선 '북의 유관순' 동풍신, '여성 의병대장' 윤희순, '여성 광복군 1호' 신정숙, 같은 생소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줄줄 나왔다. 일본어 박사인 이씨가 일본 사료들을 연구하다 알게 된 애국지사들이다. 일본 고등경찰들이 요주의 인물로 명기할 만큼 열혈 독립운동가였지만 우리 독립운동사에서는 거의 다뤄진 적 없는 이들이다. 이씨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 자금 모금과 운반, 광복군·의병 활동, 첩보 수집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며 "잊혀간 이들을 끌어내 기억하는 것은 후대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5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시화전을 무료로 열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쓴 자신의 시 60편 가운데 30편에 이무성 화백이 그림을 더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화전을 열기까지의 10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여성 독립운동가 한 명마다 평전을 쓰고 싶었던 이씨가 시를 쓰기로 마음을 돌린 것도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수년 간 틈만 나면 중국과 일본, 전국 각지를 누비며 자료 수집에 매달렸지만 A4 한 장을 채우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이런 현실은 민간·정부 모두 무관심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씨의 지적이다. 그도 시집을 찍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스스로 1인 출판사를 설립해 책을 내야 했다. 지난해 국가보훈처에 시집 출판 지원을 요청했을 때도 거절당했다. 이씨는 그래도 한 줄이라도 기록이 남아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 226명의 삶을 모두 시로 쓸 계획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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