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쳤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시퀘스터를 눈 앞에 둔 27일 백악관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MSNBC의 시사 프로그램 ‘모닝 조’에 출연한 우드워드는 미국의 예산 자동삭감 조처인 시퀘스터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예산문제를 이유로 항공모함 파견을 보류시킨 것에 대해 “일찍이 본 적 없는 미친 짓”이라며 “국가안보를 예산 논쟁에 끌고 들어가려는 전략”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당신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예산이 없어 (군사작전을) 못하겠는데’라고 말하는 걸 상상할 수 있느냐, 아니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이 없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겠다’라고 하거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예산이 없어 사담 후세인을 공격하지 못하겠군’이라고 말했겠느냐”고 비아냥댔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저녁 CNN방송에도 출연한 우드워드는 “백악관 최고위급 관리가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CNN 사회자 울프 블리처는 “(이 자리에) 원래 백악관 관계자를 초청해 대담을 할 계획이었으나 백악관 측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70년대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우드워드는 시퀘스터와 관련해 백악관과 지속적으로 충돌해왔다. 앞서 누가 먼저 시퀘스터를 제안했느냐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방을 벌이자 우드워드는 WP 칼럼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먼저 시퀘스터를 제안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라며 “내가 취재한 바로는 시퀘스터는 제이컵 루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이디어였으며 오바마도 이 제안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의회 지도부와 얼굴을 맞대고 시퀘스터 돌파구를 모색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7일 비공개회의에서 “이번 회동은 듣는 자리일 뿐이며 협상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미국 정치권이 시퀘스터에 대처하지 못하고 논쟁을 계속한다면 국가신용등급을 트리플A에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