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의 미망인인 김현경 여사의 회고록이 최근 출간된 모양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김수영에게 호기심이 있던 나는 그의 선집과 전집, 그리고 그와 관련된 책들을 꽤 찾아서 읽어봤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호의와 찬탄 일색인 김수영에 대한 평가의 대세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번은 어떤 술자리에서 김수영에 대해서 내가 비판조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하나같이 눈총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김수영은 그가 죽은 직후인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한국사회에서 촉발된 지식인 아비투스의 형성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전략적 소용에 의해 과대평가 됐다는 것이 내가 가진 생각이다. 시인에 대한 평가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그에 대한 최상의 예의와 존경이 되는 게 아닐까. 한글세대가 아닌 탓에 몸에 익은 한문투와 번역을 업으로 삼으면서 익숙해졌을 번역투가 적당히 섞여 있는 그의 시가, 그를 일관되게 옹호하는 세력이 평가했듯이 그렇게 선명한 민중지향성과 근대적 시민의 자유의지를 담아내고 있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소유와 욕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개인적 분열과 모순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그의 쇄말적 진실과 그것이 당대와 불화할 때 무기력하게 절망하는 모습이 솔직하고 멋있어 보였다. 미망인은 그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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